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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바람 Jul 26. 2024

맥도널드와 시각장애인

지금부터 눈을 감고 집 안에서의 생활을 상상해 보자.

꼭 내가 말하는 요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집도 많겠지만 최근 십 년 안에 지어진 아파트나 빌라를 예로 들어본다.

먼저 현관 또는 아파트 공동 현관 앞 터치식의 도어록 기능이 있는 집 앞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카드키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신의 집이라도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찌 앞에 들어가는 이를 따라 들어가 자신의 현관 앞까지 갔다고 해도  손끝 어디라도 닿으면 바로 반응하는 터치식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한 번에 다 눌러 집에 들어갈 자신이 있는가?

아마 오늘 밤새도록 해도 안될 테고 결국엔 보안업체에서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집 안에 들어가 터치식의 버튼을 눌러 거실등을 켜려는 시도를 해 본다.

어딜 눌러야 할까...

그런데 하필 그때 누군가 찾아왔는지 지하주차장 또는 1층 현관에서 벨을 눌렀지만 터치식의 인터폰 어딜 눌러 문을 열어 줄 수 있을까....  

이번엔 주방으로 가 본다.

밥솥과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정수기 모조리 터치식 구조의 가전제품이라면 그런 낭패가 없다.

물론 모든 가전제품이 터치식으로 비치된 집이 없을지 몰라도 요즘 한두 가지쯤은 터치식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구비되어 있고, 우리 집 밥솥, 에어프라이어, 식기세척기도 터치식이다.

다행히 우리 집에선 내가 살림을 도맡아 하니 남편이 불편함을 느낄 일이 많이 없기에 함께 사용하는 정수기,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 등은 버튼식을 구매한다.

그러니 시각장애인 부부나 독거 시각장애인들은 별의별 수를 다 써서 살아남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블루투스를 연결하여 음성인식 된 스피커에 대고 불 꺼달라, 문을 열어달라... 그리고 가전제품을 고를 때도 버튼식의 상품을 구매하지만 문제는 점점 그러한 상품이 생산되지 않는 까닭에 불안한 마음이 커 진다.

우리가 운영하는 사업장도 도어록은 구식 버튼식을 설치해 두었다.


밖을 나가 식당에라도 들르면 요즘은 테이블에서 직접 터치식으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되는 시스템이 많이 도입되었다.

바쁜 매장에서 눈치 보이게 오라 가라 할 필요 없는 이 기능들이지만 음성 안내와 점자식 표기가 없으니 시각장애인들끼리 식사를 하러 가게 되면 꼭 직원을 불러야 한다.

매장 앞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물론 키오스크 주문대가 있던 시절이나 없던 때나 정안인들과 함께 가서 대략의 메뉴를 불러주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을 해 주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는 매장 입구에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는 상점들이 많고 이것을 통해 주문을 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당연히 욕구라는 것이 존재한다.

바쁜 매장 직원에게 주문을 할라치면 눈치를 주는 세상에 살면서 음성기능이 있는 키오스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시각장애인이 왜 없겠는가...

지난 2022년, 시각장애인 수십 명이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항의 차원의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2021년 6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무인정보단말기와 이동통신 단말기에 설치되는 응용 소프트웨어(모바일앱)등에 대해 장애인 정보접근성 보장을 의무화했지만 소상공인의 시행 속도를 고려해 2022년부터 3년간 단계별 적용을 하기로 하고 2024년 1월 28일부터는 공공, 의료, 은행기관을 우선하여 의무 사항으로 적용토록 했고, 2026년 1월 28일부터는 100인 미만 민간기업과 사업주까지 단계별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한다.

그런데 지난날 매장에서 항의성 캠페인을 벌였던 맥도널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음성안내장치를 전국 직영 매장에 100% 도입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 게 아닌가!!

2023년 9월 미국 맥도널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2번째, 아시아에서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장치를 도입했다고 하니 이쯤에서 박수 한 번 보내고 다시 시작한다.


"짝짝짝짝짝짝~~!!!"


그렇다면 당장 가 봐야지....

예약 손님이 많이 없는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우리 동네 맥도널드로 찾아가 본다.

가기 전부터 조금 떨린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물이라 하면서도 무용지물일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가서 또 헛걸음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긴장반 설렘 반이다.

먼저 매장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지도 못하고 키오스크 앞에 먼저 선다.

두대의 키오스크 중 한 대에 '장애인 이용 배려 키오스크'라며 떡 하니 자리를 내어준다.

그렇지 않아도 버벅거리며 주문할 남편과 내가 눈치를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기꺼이 한 자리를 내어 주다니... 황송할 따름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점자 안내 스티커부착되어 있다.

한 번도 키오스크판을 만져 본 적 없어 선뜻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남편의 손을 들어 이렇게 생겼다며 전체를 만져보게 해 주고, 점자에 손을 갖다 대어 읽어보게 한다. 

개인 이어폰을 꽂으면 안내가 나온다기에 혹시 장애인 도움 호출 벨 즈음에 있나 싶어 이어폰 잭을 내밀어보았지만 아니란다.

자세히 보니 이어폰을 꽂으라는 점자 안내가 쓰여 있는 다른 곳 하단부에 잭을 끼우고 귀에 꽂으니  안내만 해도 2-3분이 소요된다.

안내음성의 속도와 볼륨 조절이 가능했다.

그리고 주문창이 뜨고 남편은 아래 상하좌우의 방향키를 누르며 음성 안내를 듣는다.

저걸 다 읽으려면 하루꼬박 걸릴 것 같아 일단 빠르게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는데 주력한다.

내가 원하는 부분에서 가운데 선택 버튼을 누르면 붉은색 테두리로 표시된다.

햄버거 각각의 칼로리와 금액이 나오는 것을 듣고는 신기해한다. 그간 그가 원하는 메뉴의 햄버거를 남의 손에 의해 가지고 온 것을 먹어보기만 했지 저런 정보가 나온다는 건 처음 알았기 때문에 세상 별천지다.


햄버거 세트 두 개를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누른 뒤 주문이 끝나기까지 약 20가까이 소요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그리고 점차 익숙해지면 시간도 점점 더 단축이 될 테고 새로운 기능도 보완이 될 테니 말이다.


그제야 겨우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테이블에도 이렇게 점자표시가 되어 있다.

잠시 후, 매장 직원이 직접  주문한 햄버거를 들고 2층으로 올라오는데 나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계단입구까지 걸어가 받아온다.

"자기가 주문해 준 햄버거 처음 먹어보네... 고마워 잘 먹을게"


한 가지 크게 눈에 는 보완점이 있다면 유도블록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입구에 들어서서 어디로 가야 키오스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렇게 키오스크 앞에 한 칸짜리 유도블록은 있으나마나 한 거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지난 세월 그저 깜깜이로만 살아왔던 세월을 생각하면 이것도 감지덕지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지체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왔을 때 간격이 많이 벌어지면 팔이 닿지 않거나 상단에는 팔을 뻗기가 힘이 드니 주문이 어렵겠다.

앞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비장애인들이 보기엔 참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도 많다고 얘기할지 모를 일이다.


이디야 카페엔 점자 메뉴판이 있다 하여 들러보았으나 아쉽게도 우리 동네 지점엔 처음 듣는 듯하다는 반응이고 비치된 점자 메뉴판이 없다기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배려와 노력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갈만한 힘을 얻게 해 준다.

나도 이 세상에서 존중받는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자존감이 높아진다.

세상은 점점 첨단화 되어가지만 어는 한 부분쯤은 이들을 위해 아날로그 방식의 예전 것을 남겨두는 배려도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조금만 불편을 감수해 줄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한두 발만 양보해 준다면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며 서로가 괜한 적대감을 갖지 않아도 다.

맥도널드뿐 아니라 점차 이러한 생각을 가진 기업이 많이 늘어나길 바래본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도 그리 번거롭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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