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세계유일, 세계최초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인 그들이 이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습과 어떤 연주 생활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썼던 글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창단자이며 지휘자인 이상재 교수에게 연재했던 이 글을 읽어드리자 매우 흡족해하셨고 그에 더불어 정기 연주회에 대한 글을 연재하겠노라 약속 아닌 약속, 또는 다짐을 했더랬다.
매 해마다 열리는 정기 연주회가 어느덧 21주년을 맞아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12월 19일 저녁 7시 30분에 막을 올린다.
일부의 비시각장애인 단원을 제외하면 보면대도 없이, 점자로 점역된 악보를 손끝으로 더듬어가며 외우고 또 외워 두 시간에걸쳐연주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볼 수 있듯 1부에서는 프랑스 음악가인 앙부르아즈 토마의 오페라곡인 레이몬드 서곡은 연주 시간이 8분쯤이나 되고, 베토벤 교향곡 4번, 작품번호 60번 곡은 그 연주 시간만 해도 35분이 넘어가지만 그 모든 곡을 머릿속의 기억과 서로의 숨결과 교감으로만 연주한다.
때로는 부르럽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또 때로는 밝고 경쾌하게.... 그때그때의 곡의 느낌을 일분일초도 허투루 표현하지 않는다.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곡일 수도 있지만 지휘자인 이상재 교수의 흥미로운 곡 소개와 배경 설명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문외한도 열린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오케스트라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줄 만한 곡으로서 그에 더해 시각장애인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서사를 상상하며 곡에 대입시켜 감상한다면 결코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충분한공감과 교감이 이루어지리라 감히 예측해 본다.
그리고 쉬는 시간을 거쳐 2부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익숙한 곡들을 연주하게 된다.
첫곡부터 흥을 돋우는 르로이 앤더슨의 Horse & Buggy는 말과 마차의 소리를 연상케 하며 함께 온어린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어서 연주되는 하사이시조의 음악 중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OST인 '이웃집 토토로'는 정겨움이 가득한 미소를 머금게 할지도 모른다.마지막으로연주될곡은시각장애인 팝 가수인 스티비 원더의 곡이다.
갓난아이일 무렵 병원 인큐베이터의 산소 과다로 망막의 손상을 입게 되며 실명을 하게 된 스티비 원더가 선글라스를 쓰고 특유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시그니처이다.
그런 그의 곡을 시각장애를 가진 수십 명의 단원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스티비 원더와 데칼코마니와도 같은 묘한 대비를 느끼게 하며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게 될지도 모른다.
단조롭고 메마른 일상에 촉촉한 단비가 필요하다면 , 특별한 경험과 감동을 원한다면 기꺼이 공연장을 찾아와도 좋다.
밋밋하고 무채색이던 나의 일상에 신선한 파동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날만큼은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약자로서가 아닌 프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 밝은 빛을 내며 우리에게 또 다른 색의 빛을 선물할 그들을 나는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 인터파크 홈페이지로 들어가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예매하기 버튼을 누르는 실행능력을 발휘해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