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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12. 2022

디지털 한국이 만들 유토피아는?

편향된 신념은 디스토피아 세상으로 가는 길

대한민국은 디지털 강국이다. 인터넷 망, 인프라 설치, 인터넷 접속시간, 사용률 등 모두 세계 최고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등 콘텐츠 창작에서도 최상위다. 

이제 대한민국은 현실에서도 대안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 아닌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노트북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껐다 다시 켜도 바탕화면조차 제대로 뜨지 않는다. 부팅하는데만 몇 분씩이나 걸리던 며칠 전부터 낌새가 안 좋았다. A/S 센터를 찾았다. 5년 전에는 데이터 저장용량이 적다고 노트북을 새 걸로 바꾸라고 했다. 이번엔 처리 속도가 늦어져 SSD(디지털정보 저장장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SSD를 새 걸로 바꾸자, 클릭 한 번에 바탕화면이 환하게 떠오른다.


노트북은 세계를 향한 창문이다. 노트북만 있으면 카페 한구석에 앉아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글도 쓴다. 디지털 노마드가 신인류로 추앙받는 시대, 디지털 세상을 실감한다. 디지털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세상은 왜 유토피아가 되지 못할까? 의문이 생긴다. ‘정보는 힘이자 돈’이다. 디지털 세상에선 누구나 돈 안 들이고도 비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부의 양극화, 권력의 편중화, 불공평 불공정 사회’가 더 심화되었다고 아우성이다.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그린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불법인 중국에서도 1억 명 이상이 접속했다. 덕분에 ‘달고나 과자’ 만들기, 한국어 배우기까지 세계에 퍼졌다. K-pop, BTS,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까지 한류 문화는 오히려 외국에서 붐이 일어 한국으로 밀려온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류가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디지털 컨텐츠가 유튜브, SNS,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단박에 세계에 퍼지는 디지털 세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징어 게임>은 200여 개국으로 퍼졌다. 영국 BBC는 <오징어 게임> 인기 비결을 ’불평등한 사회와 다르게 페어플레이에 바탕을 둔 대안 세계를 보여준 때문’으로 풀이했다. 2020년 아카데미 4개 상을 휩쓴 한국 영화 <기생충>도 불평등사회를 고발한 작품이다.


호평만 있는 건 아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가 품고 있는 잔혹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평했다. 한국은 서양 사회가 150여 년에 걸쳐 이룩한 선진문명을 40여 년 만에 빨리 이룩해낸 반작용으로 불평등사회, 양극화도 ’잔혹할 만큼‘ 빨리 깊어졌다. 부와 권력 편중화에 대한 분노도 그만큼 강하다. 그 분노가 디스토피아 드라마를 만든 원동력이 된 게 아닐까.

 

1945년 조지오웰은 <동물농장>에서 ‘계급사회를 무너뜨리면 모두가 평등을 누리는 유토피아 세상이 온다’고 외치던 혁명가들이 권력을 잡자 권력에 중독되어 오히려 디스토피아 세상을 펼치다 몰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화의 힘은 다양성이다. 한쪽으로만 쏠리는, 편향된 이념이나 신념은 오히려 세계를 불평등하게 만든다. <동물농장>이야기는 50년 후 소련 멸망이라는 현실로 증명되었다. 또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세계석학 유발하라리는 ‘코로나 이후 빅 브라더가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빅 브라더는 빅 데이터다빅 데이터를 여의봉처럼 사용하는 누군가이다. 지금 인류는 역사상 가장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핵전쟁 걱정, 이상기후 걱정, 테러 걱정, 신종 바이러스 걱정에 가슴 조이며 산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은 디스토피아 아닌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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