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깨달음인가 보다
“사라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 /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 ”
<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 정일근 >
사라지니 아름답다? 일년내내 지지 않는 꽃 속에서 사는 하와이 동포 한 분은 해마다 봄 벚꽃을 보러 한국에 온다. 불꽃처럼 반짝 피었다 지는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서다. 20년 20일을 감옥에서 지낸 쇠귀 신영복(1941~2016)은 ‘아름다움은 앎, 알다, 깨닫다.’라며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조용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우주가 있다.”라고 말한다.
풀 한 포기든, 꽃 한 송이든, 한 사람이든, 다 반짝 사라질 존재들이다. 그러나 무량수 부처님 눈으로 보면 사라짐은 없다. 실제로 만물은 질량불변의 법칙에 따라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수도 없다. 모양만 바꿔 가끔 안 보일 뿐이다. 우주 천지 어느 곳에 어떤 형태로든 살아 있다. 며칠 전 진 달맞이꽃도 얌전히 흙 속으로 돌아가 있다.
찰나 생명을 가진 사람은 찰나밖에 볼 수 없다. 그래도 ‘사라지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다. 찰나 인생이 깨닫는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깨달음’인가 보다. 지금 이 순간 집 앞 흙길, 시들어가는 달맞이꽃 옆에 환한 접시꽃이 색색의 꽃잎을 나부낀다.
“(---) /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지는 /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 별이어요 / (---) <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 정일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