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마치 내 것 같은데, 막상 쓸 때가 되면 내 것이 아닌 듯한 언어다. 교과서 속 문장을 외우고, 시험지를 풀 때는 분명 머릿속에 다 들어있던 것 같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그 문장들이 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많은 단어들이 현실에서 표현되지 않는 그 답답함,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영어를 실전에서 사용해야 할 때면, 내가 알고 있던 영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엉뚱한 문장만 맴돌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 순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실수도 결국 내 영어 공부의 한 과정이고,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실력을 키워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에서 작심삼일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 좌절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이다. 하루 이틀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며칠 지나면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경험. 나 역시 영어 어플을 깔고, 영어 회화 책을 펼치며 시작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엔 분명 '이번엔 꼭 끝까지 해내자'라는 다짐으로 시작하지만, 며칠 뒤에 그 다짐은 사라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그럴 때면 영어는 마치 내꺼 아니 내꺼 같은 그런 존재로 남아있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영어를 쫓다 보면 결국 실망만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실망감이 나에게서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갈 수는 없었다. 언어는 결국 계속해서 도전해야 내 것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나는 영어를 대하는 태도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예전에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해야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틀리면 안 되고, 내가 배운 문법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제는 영어를 말하는 순간 자체에 집중하려고 한다. 잘못된 표현이 나와도 괜찮다. 실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영어를 말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니까.
tip :
최근 파파고를 통해서 순간 생각난 문장을 영어로 번역해보고 챗GPT를 통해 원어민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문장인지 검토해서 나만의 문장집을 만들고 있다. 이러면 영어라는 언어의 원리를 알 수 있고 한글과 엄연히 다른 언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될 수 있어 영어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가 더 이상 내꺼 같은 내꺼 아닌 존재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실수를 하더라도 나는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내가 영어로 말을 꺼내고,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는 순간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영어는 점점 내게 가까워지는 언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는 단순히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영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다. 소통을 하려면 완벽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든 표현해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것이 내가 영어를 배우는 진정한 이유이자, 그 속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다.
그래서 나는 이제 틀린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던 영어가, 이제는 조금씩 내 것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실수를 하면서도, 나는 그 실수 속에서 배우고, 나만의 영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내꺼 아니 내꺼 같은 영어가 결국 내가 가질 수 있는 언어로 변해가는 그 순간을 나는 계속해서 경험하고 있다.
나는 아직 영어가 서툴다. 그래도 괜찮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내가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