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갑자기
예정에 없던, 아니 처음 들어 본 도시 '텔츠'에 가기로 결정했다.
민박집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곳이다.
한 언니가 체코만 여행하려고 유럽에 온 거라서
체코 여러 지방 도시에 가 봤는데
텔츠가 아기자기한 호수마을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을 광장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했다.
왠지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일 거 같아서 급 텔츠 여행 결정!
생각도 못했던 곳으로 가게 돼서 많이 설레었었는데
막상 버스표 끊을 때 텔츠 스펠링도 몰라서 고생 좀 했다.
버스 안에 외국인은 나밖에 없는 것 같고
사람들이 내가 신기한지 자꾸 뒤돌아 봤다.
한 젊은 총각은 뭐라고 뭐라고 말을 걸었는데
체코어인 것 같다.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버스 내릴 때도 어디에서 내리는지 몰라서
결국 기사 아저씨 뒷자리로 이동했다.
텔츠라는 발음이 들리길래 그냥 내리려다가
혹시나 싶어서 기사님께 물어보고 내리려고 기사님 뒷자리로 간 거였는데
안 그랬으면 엉뚱한 곳에 내릴 뻔했다.
텔츠는 딱 시골마을 느낌이었다.
평화롭고 한산하고..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10명 정도밖에 못 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좀 심심했다.
호수도 그냥 그랬다.
하지만 아직 관광지화가 덜 돼서 그렇지
몇 년 후에 지금보다 더 관광지화 되어서
예쁜 샵도 레스토랑도 많이 생기고
특색도 갖추면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 될 것 같다.
호수보다는 광장 쪽이 볼 게 있어서 좋았다.
광장 주변에 그림 파는 가게랑 목각인형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텔츠 사장님들은 다들 너무 친절했다.
그림가게에는 맘에 드는 그림이 너무 많았다.
이름 잇는 화가 그림보다 내겐 더 좋았던 곳이다.
목각인형가게는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특이한 것들을 이것저것 보여줘서
가게 안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신기하고 재밌는 장난감들도 많았다.
사실 아무것도 안 사려고 했는데 너무 친절하게 이것저것 보여주셔서
미안해서 팔찌를 2개 샀다.
그것도 가격을 깎아서;;
미안했다.
그래도 난 가난한 여행 자니까;;
다른 가게에서는 벽에 사진 걸 때 사용하려고 집게를 샀다.
근데 집게 파는 가게 카운터에 여자종업원이랑 어떤 남자랑 둘이 있었는데
여자 종업원이 계산하거나 손님이 물으면 대답 잘해 주는데
손님이 가면 남자한테 안겨서 울고,,
또 손님이 뭐 물어보면 웃으면서 대답해 주고,,
손님과 대화 끝나면 남자한테 안겨서 울고,,
보는 내가 다 혼란스러웠다.
텔츠 구경 다 하고 벤치에 앉아서 시간 때우는데
급 피곤하고 눕고 싶어서 벤치에 누워 버렸다.
유럽 여행할 때는 이렇게 누워 있는 시간이 참 좋다.
한국에서는 벤치나 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 일이 없었는데
유럽 사람들은 바닥에도 잘 누워 있길래 나도 그렇게 해 봤더니
세상 너무 편하고 행복했다.
어디에 가고, 무언가를 보았던 시간도 소중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던 시간들도 오래오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