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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인연들

by meiling

프라하는 첫 여행지였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처음이었고

또 한국에 있다가 갔기 때문에

아직 사람이 그립지도 않았어서

체코에서 만난 언니들이랑 연락처를 교환하지 못했다.

같이 야경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했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어차피 연락 안 할 건데 연락처 받아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참 지나야 한국 갈 텐데 나를 기억 못 하면 어떡하지??

연락한다고 우리가 다시 만나겠어? 친해지겠어?

뭐 이런 생각에..

사실 별 생각도 안 했다.

그냥.. 별로 사람이 반갑지도 그립지도 않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한국에서도 어쩌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밥 먹을 때가 있듯이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후회한다!

우리는 10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유럽땅에서!!

같은 날!! 같은 도시에!!

그것도 같은 민박집에 묵게 되어서 만난!!

아주 특별한 인연이었던 건데...

내가 어리석었다.

앞으로는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해야겠다.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 탔던 사람들 다 같이 다른 버스로 옮겨 타는 거였는데..

가이드북에도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정보가 나와 있지 않았고

말도 안 통해서

왜 버스를 갈아타는지 이유도 모른 채 15분이나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엄청 긴장했다.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그래도 버스옆자리에 앉은 라나 아줌마가 빈까지 가시는 분이라 많이 도움을 주셨다.

중국 분이신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어느 나라 분이신지 모르겠다.

말씀해 주셨는데 내가 모르는 나라였다.

아니면 그 아주머니 발음을 내가 못 알아 들었다.

40대 초반 정도?? 되신 분이셨는데

체코에 살고 계시다고 지금은 빈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영어는 잘 못하시지만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친절한 분이셨다.


빈 관광하면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우연히 라나 아줌마를 또 만났다.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아줌마도 엄청 반가워해 주셨는데 서로 영어를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카페에 가서 같이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서로 대화가 안 통하니..;;

아줌마 너무 친절하고 예뻤는데..보고 싶다~


저녁에는 오페라를 보러 갔다.

비엔나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1~2만 원 정도 되는 저렴한 가격에 오페라를 볼 수 있다는 거!!

물론 입석 티켓이다.

나는 여행자라서 낮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왔기 때문에

또 서서 오페라를 보 게 힘들었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푹 쉬다가

오페라 한편 보고 주말 마무리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필립을 만났다.

오페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맡아 놓은 자리에 앉아 있는데

옆에 초록색 스트라이프 남방을 입은 서양인이 보여서

난 오늘 빈 소년 합창단 보러 갔을 때 봤던 그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 오늘 아침에 너 봤다' 고 했더니

'그럴 리가?' 이런 표정.

빈소년합창단 보러 가지 않았냐고 하니까

안 갔다고 했다.

다시 보니까 남방 색깔이 좀 다른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필립이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계속 대화를 나눴는데

자기는 독일인인데 지금 인턴쉽 하러 한 달간 오스트리아에 온 거라고 했다.

전공은 메디슨!

장차 의사 선생님이 될 인물이었다.

의대생을 직접 본 게 처음이어서 나도 모르게

너무 한국식 발음으로

'올~~~~' 해버렸다.

창피했다.

필립이랑 얘기하면서 내가 맡아 놓은 자리를 조금 이탈하게 되었다.

필립이 내 옆, 옆 칸인지라 내가 얘기하면서 옆으로 살짝 이동해 버린 것!

그 사이에 어떤 할아버지가 내 자리가 빈자리인 줄 알고

자리를 맡고 계셨다.

내 자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날 다시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해서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는데

필립이랑 그 할아버지랑 독일어로 샬라샬라 하더니

할아버지가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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