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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럽 여행의 첫 번째 도시로 프라하를 선택했을까?

by meiling


내가 프라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어릴 때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내 기억에 그때는 프라하가 한국 사람들에게 그렇게 익숙한 여행지는 아니었다.

드라마 내용 때문이었는지 내 눈에 프라하가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도시로 보였다.

그 후에 예능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본 프라하의 모습도 내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 곳곳이 정감 가고 포근하고 예뻤다!

그래서 나는 유럽 배낭여행을 프라하 in 로마 out으로 결정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크고 복잡한 도시로 가면 내가 헤매고 당황스러울 것 같아서

파리나 로마보다는 프라하가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했다.


프라하를 여행하면서 너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유럽땅에서 처음 혼자 돌아다니려고 하니 걱정도 많았는데

프라하는 날 반겨줬다.

너무 좋았던 기억들.. 너무 친절했던 사람들..

처음에 놀랐던 건 운전자들이었다.

난 횡당보도만 있고 신호등은 없는 곳에서

습관적으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고 있어도

자동차가 먼저 지나가지 않고 꼭 멈춰 섰다.

심지어는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이라 서 있었는데도

지나가는 차들이 멈춰 서서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해 줬다.

체코 사람들 무뚝뚝하고 자기 멋대로라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다들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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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사람들도 활기차고

내가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도 많이 팔고

유리 공예, 마리오네트 인형, 기념품샵 등 구경할 곳들이 많았다.

사람 냄새나는 곳이다.

역시 여행은 천문시계탑도 좋고 유명한 성당도 좋지만

사람 냄새나는 곳이 가장 좋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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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셰흐라드는 프라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산책하기 좋은 동네였다.

유모차 끌고 나온 아줌마들도 많았고

강아지랑 산책 나온 할머니들도 많았고

책 한 권 들고 나와서 읽는 젊은이들도, 데이트하는 커플도 많았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한 성당 앞에서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서양 여자 2명이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찍어주고 나니까

중국 아줌마가 또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난 당연히 본인을 찍어달라는 건지 알았는데

성당 건물만 찍어달라고 했다.

뭐지??

내가 사진 잘 찍게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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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타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정말 정말 이쁘다!

최고!!


민박집아저씨가 프라하성에 갈 때

22번 트램 타고 가라고 하신 것 같아서

내려오는 길에 그냥 22번 트램을 탔다.

되돌아오는 것도 같은 노선이겠지 싶어서.

시내쯤 가면 눈에 익은 동네가 나올 테니까 그때 내리려고 했다.

트램 타고 얼마 안 돼서 분명 블타바 강을 봤는데

조금 더 가서 내리려다 그만 너무 많이 와버렸다!!

어딘지도 모를 곳까지;;


그래서 뒤에 앉은 여자분한테 중앙역에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라고 했다.

그래서 트램에서 내려서 알려준 버스로 갈아타고

같은 버스에 탄 사람한테 물으니 또 다른 방법을 가르쳐준다!!

또 버스에서 내려서 트램 타는 곳에서 중앙역 가는 길을 물어봤다.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트램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된다고 하셨다.

오늘 헤매느라 티켓값을 너무 많이 써서 한 정거장 정도면 걸어가려고 했더니

아줌마가 표 안 끊어도 한 정거장은 안 걸릴 거라고 그냥 타고 가라고 하셨다.

난 간이 콩알만 해서 아줌마한테 알겠다고 하고

아줌마가 다른 데 보시면 그냥 걸어가려 했는데

그 아줌마는 내가 트램을 탈 때까지 계속 웃으면서 타라고 손짓하셔서 그냥 타 버렸다.

내가 트램에 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아줌마는 잘했다는 듯한 느낌으로 인자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결국 몇 번이나 갈아타고서 민박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도 내가 어디에서 내렸고

어떻게 민박집으로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해 다 저물었는데도 혼자 헤매고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민박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너무 많이 걸어서 무릎은 고장 날 것 같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물어본 프라하 사람들 모두 모르는 체 안 하고 잘 도와줘서 고마웠다.

체코인들 무뚝뚝하고 자기 내키는 대로 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난 체코인들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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