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할 줄 알면서도 매일 놓치는 것들.
우리 집 첫째는 초딩 4년차이다.
수학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집에서 단원평가 문제집을 푸는데
15문제 중에 12문제이상 맞히면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다.
[엄마와 같이 자기]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하기]
[주말에 엄마와 밤 12시까지 영화 보기]
[자기 전 엄마와 이야기 10분 추가권]
[강아지 산책 면제권]
[상품권 3천 원]
꼬깃꼬깃 접어서 있는 대로 공을 들여 제비를 뽑는데
[상품권 3천 원]이 나왔다.
얼굴이 굳으면서 똥그란 눈에서 눈물이 순식간에 뚝뚝 떨어졌다.
무려 상품권 3천 원!!
아침에 일어나 침대 이불 정리하고
강아지 배변패드 정리하고
일기 쓰고
연산문제집 영어숙제 수학문제집 2장씩 꼬박 풀어재껴야
하루 2천 원 버는 고된 초딩4년차에게
3천 원이면 꽤 큰돈이다.
근데도 이건 꽝이라며 울고불고 다시 하잰다.
그럼 뭐가 나와야 만족하냐고 물으니
엄마랑 같이 자기가 1등
엄마랑 데이트하기가 2등이랜다.
한번 기회를 더 주는 대신에
[꽝]도 넣겠다 으름장 놓으니
알겠다고 한다.
제법 배짱 있는 배팅을 할 줄 아는 녀석이다.
두근두근..
인생 11년차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 다시 제비를 뽑았다.
[엄마랑 단둘이 데이트하기]
!!!!!
보들보들한 볼따구에는 눈물자국 가득한 채
생글생글 좋아죽겠단다.
엄마랑 크림스파게티 먹고
카페도 가고 스티커사진도 찍고
아주 데이트코스 연구한다고 신이 났다.
저래도 좋을까?
얼마 뒤면
엄마와 마트 가는 것보다 친구와 다이소 가는 걸 더 좋겠지?
엄마가 사주는 탕후루보단 친구와 먹는 떡볶이가 더 좋겠지?
엄마가 해주는 저녁보다 친구와 편의점에서 먹는 라면이 더 좋겠지?
품에 있을 때
더 안아주고
더 만져주고
더 사랑한다 말해줘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품에 있다고
안아달라 하면 엄마 바빠
같이 있자 하면 엄마 귀찮아
같이 놀자 하면 엄마 좀 쉬자
자꾸만 밀어낸다.
자식 덕분에 이렇게 살고 있으면서
자식 때문에 이렇게 산다고 여기면서...
엄마바라기사랑은 이제 마감이 임박한데
놓치고 후회하지 않도록
내일은
이유 없이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겠어.
얘들이 잠들어야만 회개를 한다는 게 함정.
10시 넘어서도 안 자고 돌아다니면
나만 빡치는겨?
나만 쓰레긴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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