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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May 02. 2024

마감임박! 놓치면 후회해요

놓치면 후회할 줄 알면서도 매일 놓치는 것들.

우리 집 첫째는 초딩 4년차이다.

수학 단원이 끝날 때마다 집에서 단원평가 문제집을 푸는데

15문제 중에 12문제이상 맞히면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다.


[엄마와 같이 자기]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하기]

[주말에 엄마와 밤 12시까지 영화 보기]

[자기 전 엄마와 이야기 10분 추가권]

[강아지 산책 면제권]

[상품권 3천 원]


꼬깃꼬깃 접어서 있는 대로 공을 들여 제비를 뽑는데 

[상품권 3천 원]이 나왔다.

얼굴이 굳으면서 똥그란 눈에서 눈물이 순식간에 뚝뚝 떨어졌다.


무려 상품권 3천 원!!

아침에 일어나 침대 이불 정리하고

강아지 배변패드 정리하고

일기 쓰고

연산문제집 영어숙제 수학문제집 2장씩 꼬박 풀어재껴야

하루 2천 원 버는 고된 초딩4년차에게

3천 원이면 꽤 큰돈이다.

근데도 이건 꽝이라며 울고불고 다시 하잰다.


그럼 뭐가 나와야 만족하냐고 물으니

엄마랑 같이 자기가 1등

엄마랑 데이트하기가 2등이랜다.


한번 기회를 더 주는 대신에

[꽝]도 넣겠다 으름장 놓으니

알겠다고 한다.

제법 배짱 있는 배팅을 할 줄 아는 녀석이다.


두근두근..

인생 11년차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 다시 제비를 뽑았다.


[엄마랑 단둘이 데이트하기]


!!!!!


보들보들한 볼따구에는 눈물자국 가득한 채

생글생글 좋아죽겠단다.


엄마랑 크림스파게티 먹고

카페도 가고 스티커사진도 찍고

아주 데이트코스 연구한다고 신이 났다.

저래도 좋을까?


얼마 뒤면 

엄마와 마트 가는 것보다 친구와 다이소 가는 걸 더 좋겠지?

엄마가 사주는 탕후루보단 친구와 먹는 떡볶이가 더 좋겠지?

엄마가 해주는 저녁보다 친구와 편의점에서 먹는 라면이 더 좋겠지?


품에 있을 때 

더 안아주고

더 만져주고

더 사랑한다 말해줘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품에 있다고

안아달라 하면 엄마 바빠

같이 있자 하면 엄마 귀찮아

같이 놀자 하면 엄마 좀 쉬자

자꾸만 밀어낸다.


자식 덕분에 이렇게 살고 있으면서

자식 때문에 이렇게 산다고 여기면서...


엄마바라기사랑은 이제 마감이 임박한데

놓치고 후회하지 않도록

내일은

이유 없이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겠어.



얘들이 잠들어야만 회개를 한다는 게 함정.

10시 넘어서도 안 자고 돌아다니면 

나만 빡치는겨?

나만 쓰레긴겨? ㅠㅠ




5년 전 우리 딸이 나에게 준 쿠폰.  그때의 너도 온통 엄마로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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