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함부로 부끄러워하지 않기
어릴 적 우리 집은 가난했다.
친구들 집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15층짜리 아파트였는데
방이 3개가 있는 것에 놀라웠다.
한 번은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엄마가 스펀지케이크를 만들어주셨는데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집에 엄마가 있다는 것에 한번 놀랐고
엄마가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어릴 적 나의 집은 20년도 더 넘은 5층짜리 주공아파트에 5층 꼭대기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좋은 아파트들이 모여있었고
왼쪽으로 가면 낡은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있었는데
나는 한 번도 왼쪽으로 바로 나간 적이 없었다.
철없는 어린 시절엔 가난함을 부끄러워했었다.
어른이 된 후에는 나아졌을까?
응당 부끄러워야 될 일 엔 당당하고
부끄러울 이유가 없는 일엔 부끄럽다 여기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고급아파트놀이터에 옆 단지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와서 논다고
울타리 쳐놓고 임대아파트거주자 출입금지라고 현수막 걸어놓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고급아파트입주민이 현수막이 걸린 걸 부끄러워해야 할까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할까?
난 적어도 아이들에게
저런 현수막을 건 어른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