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이 심해져 시작하게 된 필라테스를 4개월째 하고 있다. 허리를 곧곧하게 세워 숨을 깊게 쉬는 것조차 애가 쓰이던데 이젠 제법 수업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봤자 스트레칭이 주를 이룬 초급반이긴 하지만.
이제 슬슬 중급반으로 들어가도 될 거란 나의 오만은 고작 10분 만에 영혼이 털러면서 끝이 났다. 어찌나 입에 단내가 나던지, 필라테스고 뭐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었다. 영혼과 육체를 필라테스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털레 털레 집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면 난 대체로 서둘렀고 그래서 서툴었다. 그 서툼은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고 자존을 깎아먹는 좀벌레가 되어버렸다. 나보다 앞서가는 이들을 보면서 조바심이 났고 그 조바심은 걸림돌이 되어 나를 넘어뜨렸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리듬에 내 박자는 엇박자이거나 뒷북이었다. 내게 맞는 타이밍만 찾다 포기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일까.
나는 내 박자에 맞게 다시 초급반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남을 위해 하는 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남을 위해 사는 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니 그저 나의 속도에 맞게 내 리듬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도 썩, 나쁘지 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