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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서 Nov 12. 2024

필라테스 초급반


허리통증이 심해져 시작하게 된 필라테스를 4개월째 하고 있다. 허리를 곧곧하게 세워 숨을 깊게 쉬는 것조차 애가 쓰이던데 이젠 제법 수업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봤자 스트레칭이 주를 이룬 초급반이긴 하지만.


이제 슬슬 중급반으로 들어가도 될 거란 나의 오만은 고작 10분 만에 영혼이 털러면서 끝이 났다. 어찌나 입에 단내가 나던지, 필라테스고 뭐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었다. 영혼과 육체를 필라테스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털레 털레 집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면 대체로 서둘렀고 그래서 서툴었다. 그 서툼은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고 자존을 깎아먹는 좀벌레가 되어버렸다. 나보다 앞서가는 이들을 보면서 조바심이 났고 그 조바심은 걸림돌이 되어 나를 넘어뜨렸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리듬에 내 박자는 엇박자이거나 뒷북이었다. 내게 맞는 타이밍만 찾다 포기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일까. 


나는 내 박자에 맞게 다시 초급반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남을 위해 하는 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남을 위해 사는 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니 그저 나의 속도에 맞게 내 리듬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도 썩, 나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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