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첫사랑을 쓰라해서.
너를 쓰라기에
노트북을 열었다.
며칠째 텅 빈 화면에 커서만 깜빡인다.
너만 빼고 모든 세상이 멈춘 그날을 쓸까 하다
추운지도 몰랐던 그 겨울, 네 품에 안겨 몇 번이고 버스를 못 본 척 한 그날을 쓸까 하다
늦은 밤 집 앞에 불쑥 찾아와 허둥대며 몇번이고 머리를 매만지던 나를 쓸까 하다
처음으로 내 셔츠 단추를 풀며 바들거리던 너의 손을 쓸까 하다
내게 품을 내어주고 곤히 자는 너의 눈 코 입을 탐닉하던 손가락을 쓸까 하다
악을 쓰며 너를 토해내던 절규를 쓸까 하다
질끈 감긴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버려 너는 꿈이었구나, 결코 깨고 싶지 않았던 꿈을 쓸까 하다
그리도 멀리 떠나가버려 어쩌다 스쳐 지나가는 우연도 바랄 수 없다고 원망을 쓸까 하다
너를 시간에 맡겨 둔 채 다른 사랑을 허락하며 살고 있다 담담하게 쓸까 하다
끝내.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