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딸내집에 방문한 엄마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엄마, 신기한 거 보여줄까?"
얼마 전 모 잡지사에서 원고청탁이 들어왔고 내 글이 실린 책과 조그마한 선물꾸러미가 배달되었다. 어릴 적부터 자주 읽던 잡지책에 내 이름이 적힌 것도 신기할 노릇인데 작가라고 적혀있으니 기가 막힌다며 책을 건넸다.
보는 앞에서 읽히는 게 부끄러워 괜하게 딴청을 부렸다. 몇 줄 읽어 내려가나 싶었는데 훌쩍 콧물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환기한다고 창문을 열어놔 그런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엄마가 울고 있었다. 엄마의 눈물은
한사코 내 눈물샘까지 터트려버렸다.
환갑이 지난 엄마는 마흔을 앞둔 나이 든 딸에게 한번 안아보자 하셨다. 당신보다 커져버린 딸의 품 안에서, 나보다 작아진 어깨는 조용히 들썩였다.
우리는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미안하다 했다.
똑똑하고 총명한 내 딸을, 엄마 삶이 너무 힘들어 잘 보살피지 못해 늘 후회하고 있다 했다.
척박한 황무지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 같다 했다.
엄마는 알지 못한다.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흩날리는 황무지에서
당신의 젊음으로 쳐놓은 울타리 안 만큼은 대체로 초록이었다는 것을.
꽃도 피고 나비도 날아들었다는 것을.
가끔 거센 비와 강한 바람이 일 때도 있었지만
당신이 몰래 흘린 눈물로 다져놓아 끄덕 없었다는 것을.
나는 한참을
괜찮다고,
닳아버린 울타리의 어깨를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