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문을 닫을 시간 즈음
한 바퀴 빙 돌다 보면 라면땅 봉지 속에 별사탕이 두 배로 들어 있는 것 같은 꽤 짜릿한 재미를 종종 누린다.
당일 판매해야 하는 생선이라든지
채소라든지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장바구니에 담는 날은 공짜로 얻은 것 같은 흐뭇함에 발걸음도 꽤나 가벼워진다.
문제는 내겐 초록에 집착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어딜 같이 다니다 보면 남편은 들판에 있는 소를 보면 꼭 큭큭 거리곤 했다. 당신 닮았다 라면서 워낙 장난이 심한 사람이라 재밌게 웃고 넘어가곤 했었는데 이젠 나도 내가 좀 의심스럽다.
초록을 보면 심장이 나대기 시작하고 쓸데없는 욕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고 괜히 들었다 놨다 혼자 실랑이를 벌인다.
오늘도 결국 초록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커다란 동초 한 봉지, 봄동 한 봉지, 오이, 양배추.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들고 온 장바구니를 쏟아 놓으니 식탁 위가 초록으로 흥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