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뻐꾸기 시계에 가뒀기 때문이지. 매 시 정각마다 아치로 된 문을 열고 나와 울어대는 그 녀석. 뻐꾸기 말이야. 그 녀석은 아주 똑똑하고 교활해. 엄마가 시계를 쳐다볼 때 마다 달콤한 목소리로 엄마를 유혹했지.
“당신의 아들과 나를 바꾸면 좋을텐데요. 알람시계처럼 정확하고 규칙적인 아들을 갖고 싶지 않으세요?”
물론 엄마도 처음에는 고개를 저었지. 뻐꾸기와 아들을 바꾼다는 게 영 손해같았거든. 하지만 뻐꾸기 녀석은 말이야. 아주 참을성이 대단하더군. 하루도 쉬지 않고 재깍재깍 울어댔지. 엄마는 생각했을거야.
‘저 뻐꾸기처럼 재깍재깍 말을 듣는 아들이라면 얼마나 편할까.’
사실 이 나이 때 애들이라는 게 그렇잖아. 나도 물론 늦잠을 잤지. 학원을 빼먹기도 했어. 나만 그런 건 아니잖아? 하지만 엄마는 늘 그걸 못마땅해했어. 내가 열살은 더 먹은 형처럼 굴길 원했거든. 그런 게 될리가 없잖아? 뻐꾸기라면 몰라도.
그러니까, 뻐꾸기는 그걸 노렸을거야. 엄마의 약점. 사실 믿기는 힘들지만 엄마는 젊었을 때 아주 미인이었대. 그리고 아주 유명한 대학을 나왔다지. 아빠랑 결혼을 한 뒤로 엄마 인생은 다 망쳐버렸대. 아빠?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 대꾸해봤자 무슨 말이 돌아올 지 알거든.
“당신은 입 다물어요.”
엄마는 사실 아빠가 입을 다물길 바라는 건 아닌 것 같아. 입을 다문 아빠 뒤통수를 무섭게 노려보거든.
아빠는 다 귀찮은 것 같아. 나도 엄마도 뻐꾸기도. 아빠는 죽을 때까지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저주에 걸린 걸지도 몰라. 언제나 피곤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지. 가끔은 자기 자신도 귀찮아하는 것 같아.
웃기지 않아?
그런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그러니까 벽에 낙서를 한다거나. 창틀에 낀 노린재를 잡아당긴다거나, 아니 정말로, 공부 같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엄마는 정말 그걸 바랐어. 6살 밖에 안된 나를 영어유치원에 데리고 갔다니까. 거기는 정말 끔찍했어. 원어민 선생님들은 영어밖에 할 줄 몰랐거든. 내가 아침마다 엄마를 때리고 욕을 한 건 당연한 일 아니야? 뻐꾸기는 그때부터 기회를 노렸던 것 같아. 아침마다 약올리듯이 “아홉 시!” 하고 울어댔거든. 분명히 그때부터야. 엄마는 그때부터 뻐꾸기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
영어유치원에서 1년을 배우니까 바보가 되는 것 같았어. 알고 있던 단어들도 다 까먹었거든. 엄마는 매일 화를 꾹꾹 눌러담는 것 같았어. 꼭 넘칠 것 같은 쓰레기통처럼 말이야. 나는 그때 엄마에게 조금 더 친절해야 했던 걸 지도 몰라. 그랬으면 지금처럼 이 썩은 나무 시계 안에 갖힐 일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말이야. 사실 내가 보기엔 지금 뻐꾸기 녀석도 감옥에 갇힌 것 같아. 어, 잠깐 이제 11시야. 나가서 열 한 번 울고 난 뒤에 천천히 이야기하자구.
“열 한 시!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국!”
자, 어디까지 얘기 했지? 그래, 맞아. 뻐꾸기 녀석도 감옥에 갇힌 거라구. 나를 영어유치원에 보낸 뒤에 분명히 뻐꾸기 녀석은 엄마에게 말했을 거야.
“당신의 아들과 나를 바꾸면 좋을텐데요. 알람시계처럼 정확한 아들을 갖고 싶지 않으세요? 물론 뻐꾸기는 아침마다 깨우지 않아도 재깍재깍 일어나고 학원에 가죠. 언제든 바꾸겠다고 얘기하면 된답니다. 어려운 건 하나도 없어요. 전 시키지 않아도 제 시간에 밥을 먹고, 숙제를 하고,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든답니다. 당신의 마음에 꼭 들거예요.”
그 녀석은 교활하게도 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난 뒤에 지쳐있는 엄마에게 매일매일 말을 건거야. 그게 아니라면 엄마가 날 이 시계 속에 가뒀겠어?
결국 엄마는 옆집 아줌마를 불러서 고민을 털어놨어. 그날은 내가 엄마를 이기고 유치원에 가지 않은 날이었지.
“정말 힘들어요.”
“무슨 일이예요?”
“영민이는 왜 이렇게 날 괴롭힐까요? 전 형편이 어렵지만 영민이가 다른 애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이 동네에서 제일 비싼 영어유치원에도 보냈어요. 부족함없이 키우려고 이렇게 애를 쓰는데, 영민이는 대체 제게 왜 이러는 거죠? 아침마다 떼를 쓰는 영민이를 보면 정말 화가 치민다구요.”
“힘들겠네요.”
“요샌 자꾸 나쁜 생각도 들어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뻐꾸기 말이예요. 뻐꾸기가 매일 제게 말을 걸거든요. 아주 달콤한 목소리로.... 아니, 아니예요. 제가 별 소릴 다 하네요.”
엄마는 민망한 듯 웃었어. 옆집 아줌마의 눈빛이 반짝 빛났지.
“무슨 얘긴지 좀 더 해봐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혹시 알아요?”
“음, 뻐꾸기 시계 말이예요.”
“뻐꾸기 시계가 왜요?”
옆집 아줌마는 마치 생선을 앞에 둔 고양이처럼 입술을 씰룩거렸어.
“뻐꾸기와 아들을 바꾼다는 건 그래도 좀 그렇겠죠”
엄마는 눈치를 살피며 소근소근 말했어. 나는 그때 방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었어.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빼놓지 않고 듣고 있었지.
옆집 아줌마는 박수를 딱 쳤어.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엄마는 “에그머니나”하고 작은 비명을 질렀고, 나도 엉덩방아를 찧을뻔 했지.
“영민 엄마한테도 뻐꾸기가 찾아왔군요!”
옆집 아줌마는 깔깔거리며 웃었어. 엄마는 놀랐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나는 엄마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어. 조심조심 문고리를 왼쪽으로 돌렸지. 손톱만큼 문이 열렸을 때, 나는 옆집 아줌마랑 눈이 마주쳤어.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이해할 수 있겠어? 옆집 아줌마는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는 척 하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난 심장이 쿵 내려앉아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어. 당장 여기서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어떻게 다시 문을 열 생각을 할 수 있겠어. 옆집 아줌마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게 분명하잖아.
엄마랑 옆집 아줌마는 내게 들리지 않게 소근거리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 나는 문에 귀를 대고 엿들으려고 애를 썼지.
띄엄띄엄 들리는 통에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그때 뻐꾸기가 “열 두 시!” 하고 울기 시작했어. 나는 울고 싶었지.
옆집 아줌마랑 엄마는 그 뒤로도 한참을 얘기했어. 나는 배가 고파서 서랍에 숨겨놓았던 초콜릿을 까먹으며 생각해봤어. 그러니까 옆집 아줌마의 아들에 대해서 말이야. 그 녀석 이름은 환이야. 김 환.
녀석이랑 나는 아주 친한 사이였어. 한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우리는 놀이터에서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미끄럼틀에서 거꾸로 내려오기도 했었지. 그러고 보니 환이랑 나는 주로 거꾸로 하는 걸 좋아했어. 나는 멸치처럼 홀쭉한데 환이는 통통해서 우리가 붙어있으면 아주 우스꽝스러웠지.
환이 엄마는 우리 엄마랑 친했는데, 늘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아줌마였어. 눈썹이랑 눈썹사이가 주름으로 가득해 붙어버릴 지경이었지. 환이는 좀 어리숙했지만 착한 녀석이었어. 초콜릿을 좋아해서 나는 늘 환이를 만날 땐 집에 있던 초콜렛을 잔뜩 가져갔었어.
환이랑 멀어진 건 영어유치원에 다니고부터야. 환이도 그때쯤 학원을 세 군데나 다니기 시작했거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환이가 학원을 다니게 됐다고 말 한 뒤부터 엄마는 영어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어. 그리고 일주일 뒤부터 내가 영어유치원에 다니게 된거지. 우리는 서로서로 바빠서 놀이터에는 갈 생각도 하지 못했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 늦게 심부름을 가다가 놀이터 앞에서 환이를 마주친거야. 나는 그 때 환이를 몰라볼 뻔 했어. 환이는 몰라보게 살이 빠져있었거든. 반바지 밑으로 나온 다리는 얼마나 말라빠졌는지, 솔직히 말해서 새다리처럼 보였어.
“환아, 오랜만이다.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누구?”
환이는 나를 처음본다는 듯이 물었어. 분명히 환이가 맞는데, 녀석은 나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어.
“나 영민이잖아. 너 왜 그래. 맨날맨날 같이 놀아놓고는.”
“아, 그랬었나? 지금 난 영어학원에 가야해. 늦으면 큰일이거든.”
환이는 제 할말만 다 하고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어.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 좀 짜증이 나기도 했고 말이야. 얼마전까지 붙어 놀았으면서 이제와서 모른척을 한다는게 얄밉잖아. 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왜 나 모른 척 해?”
나는 환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쏘아붙였어. 그때 환이가 입을 크게 벌렸어. 그리고 이빨을 딱딱 부딪쳐서 소리를 냈어. 난 깜짝 놀랐지.
“난 지금부터 3분 뒤에 영어학원에 도착해서 57분 동안 수업을 들은 뒤에 집으로 돌아갈 거야. 집에 도착하면 10시 6분. 그 때부터 10분 동안 수학 숙제를 한 뒤에 11분 동안 씻고 정확히 2분 뒤에 잘 거야. 네가 끼어들면 시간에 차질이 생긴다고! 이 머저리 같은 놈! 뻐꾹!”
그래, 이제야 기억났어. 그때 환이는 분명히 뻐꾹 소리를 낸 뒤에 놀란 얼굴로 달아나버렸어. 나한테 들키면 안 되는 걸 들켰다는 듯이.
저벅저벅,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어. 엄마랑 옆집 아줌마가 가까이 오고 있는 거겠지. 환이는 나보다 먼저 뻐꾸기 시계 속에 갇히게 된 거였어. 그래서 날 몰라본거야.
나는 그 날 이후로 환이를 보고도 모른 척 했어. 깡마른 환이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옆집 아줌마는 행복해보였어. 눈썹 사이에 주름도 조금씩 펴졌지.
엄마도 나를 뻐꾸기 시계 속에 가두려는 걸까?
모든 건 저 교활한 뻐꾸기 녀석 때문이야.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환이도 나도 놀이터에서 거꾸로 놀이를 하며 행복했을텐데. 아아, 이제 문이 열리고 있어.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자, 영민아, 오렌지쥬스야. 이걸 마시렴. 그럼 머리가 좋아지고, 지금보다 훨씬 부지런해진단다.”
옆집 아줌마가 오렌지쥬스를 내밀었어. 엄마는 뒤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 내가 어떻게 했냐고? 너희들이라면 어떻게 했겠어? 나는 오렌지쥬스컵을 손으로 뿌리치고 아줌마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갔어. 하지만 엄마가 내 앞을 가로막았지.
엄마는 나를 붙잡고 아줌마 쪽을 보게 했어. 아줌마는 웃으며 다시 오렌지쥬스를 한 컵 따라서 내 입에 억지로 갖다댔지. 나는 그걸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코끝에 너무 향긋한 냄새가 닿아서 그만 꿀꺽꿀꺽 삼켜버리고 말았어. 눈을 감기 전에 엄마는 안쓰러운 얼굴로 날 보고 있었어. 글쎄? 착각이라구?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영민이 오늘은 학원에서 뭘 배웠니?”
“분수요. 엄마 1분 뒤에 학습지를 풀어야 하니 책상 위에 올려두세요. 그리고 10분 뒤에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에요. 늦지 않게 준비해주세요. 어제는 1분 13초나 늦어서 제가 무척 곤란했어요.”
엄마는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었어. 나는 아치로 된 문을 열고 나가 목청껏 소리를 질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