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by 오늘


내가 글을 쓰는 건 일종의 해리 증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글을 쓰는 나와 일상의 나를 분리시킬 수 있고, 글을 쓰는 나는,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는 내가 될 수 있다. 그 순간은 모든 삶의 무게와 고통이 글을 쓰는 나에게로 옮겨가고 실제의 나는 고통에서 해방된다. 글을 쓴 이후에는 경험이 종이 위에 활자로 남으므로, 분리된 나는 활자에 스며들어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내게 글이 고통이 되어선 안 된다.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빼앗게 되는 것이므로.

삶이 작동하는 기전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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