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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한양 성내 남산골 아랫말에 어떤 떨거지 홀애비가 하나 살고 있었으니 이 위인이 주로 하는 일이라 하면 장안에서 방귀께나 날린다는 대갓댁 자제분들의 원행 놀이 관광 가이드 짓거리라,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건달 놈이었거늘 성은 주가요 이름은 만동인즉. 헌데 이 인간이 이태 전 어느 술집에서 웬 뜨내기 봉사 점쟁이 영감을 우연히 만났겄다? 그 영감이 제법 말빨이 서 있고 딱딱 짚어내는 점 풀이가 귓속을 시원히 해 주는지라 술대접을 거나하게 했거늘, 아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 봉사 영감이 모자란 듯한 주가 놈을 울궈먹을 양으로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하기를 꼭 이렇게 하였겄다.
“내가 늙어 의지가지없이 부초처럼 떠돌며 사는고로 이제는 죽기 전에 어디 한 곳에 자리를 잡아야겠네. 만약 자네가 내 보전 자리를 챙겨만 준다면 조만간에 천기(天氣) 보따리를 풀어 자네 팔자를 정승 나리 부럽지 않게 고쳐줌세. 주서방 자네 또한 홀몸인즉 더불어 의지하여 살면 그 아니 아름답겠는가?”
봉사 영감의 그 말에 잠시 머릿속 자갈을 와그락짜그락 굴리면서 속셈을 튕겨 보던 주만동, “좋소이다!” 한 마디로 흔쾌히 수락하고는 그 길로 영감을 냅다 들쳐업고 자기 집 건넌 방에다 모셔 놓았거늘, 전혀 밑질 것 없는 빈방 하나 투자로 대박 터질 팔자가 보장되는 것이고, 게다가 영감 하는 일이 점 봐주는 일인지라 아무렴 별도의 수입이 없겠느냐? 점 손님들이 내고 간 복채에서 하우스 머니를 떨어낸다면 영감이 먹을 밥값은 물론이려니와 술값까지 충분히 뽑을 수 있으려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털 뽑아 마당 쓰는 격이렷다? 하는 아름다운 계산이 있었던가 보뎌라. 이렇게 하야 늙은 봉사 점쟁이 영감과 천하 건달 주만동의 더부살이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주만동은 평소의 주업은 일 끊어지지 않을 만큼까지만 줄여놓고는, 그 대신 자기 집에 용한 점쟁이가 있다고 장안에 광포하고 돌아 다녔음인뎌. 그리고 조만간에 자신의 팔자가 기운차게 펴질 것이라는 생각에 낮에는 영감이 일러 주는 대로 그리는 부적공부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밤에는 밤대로 잠이 못내 달았다뎌라. 봉사 영감의 점괘 짚는 실력은 제법 그럴듯했던 고로 중인층 이하의 부녀자들 사이에 영감의 성을 붙여 ‘구봉사’ 하면 제법 떠르르하게 회자가 되곤 해서 주만동의 하우스 머니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착실히 챙겨졌건만······.
이러저러 세월은 흐르고 이태가 지나는 중이라. 그동안 급한 성격 잘 참고 기다려 주었던 주가 놈도 이제는 슬슬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으니, 그놈의 천기 보따리는 어디 있으며 정승 나리 못지않다는 팔자 개선은 또 언제 이루어진단 말이더냐? 이에 나날이 열이 뻗쳐 가는 주만동이었으나 그래도 칼자루야 영감이 쥐고 있거늘, 이제나저제나 하는 심정으로 죽이나 쑤리 기다릴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요즘 들어 점 손님이 뜸해짐에 이날은 주만동이 아침 일찍부터 대갓댁 자제분들 모시러 출타하고 나서 해가 중천을 넘기고 있을 무렵. 구봉사 영감이 춘곤증에 병든 늙은 닭마냥 꺼덕거리며 졸고 있는데 이 댁 문전을 기웃거리는 처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김씨녀의 충실한 종년 유월인뎌. 삽문짝에 꽂아놓은 벌건 점 집 깃발을 확인한 유월이 집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서서 주인을 청하는지라.
“이 집이 맞나 모르겠네?······ 계시오오?”
구봉사야 하던 일 매진차 열심히 조느라 대답이 없거늘 유월이 와락 소리를 높이는구나.
“아, 아무도 안 계시냐 말요!”
그제야 구봉사가 화들짝 깨어나 보일 리 없는 두 눈을 꿈적거려가며 더듬대는고녀.
“잉? 누가 왔나? 게 밖에 누구요?”
“여기가 점보는 구봉사 댁이 맞소?”
“누굴꼬? 목소릴 들어보니까 어느 댁 시종 처자인 듯 헌데, 행년 신수점을 춘삼월 다 지나 보러온 게을러터진 처잔가, 아니면 밀린 외상술값 받으러 온 처잔가?”
“여기가 구봉사 댁이 맞냐고요!”
“어 그려 맞긴 맞네만, 날 찾아온 그녁은 누구신가?”
“허이고, 화답 한 번 어지간히 빠르기도 하네. 북촌마을 화개동에서 왔소.”
“화개동이라?······ 옳지, 외상 술 쪽은 아닌갑다. 어디, 무슨 일로 왔는고?”
“아 점집에 점 보러 오지 물 뜨러 오리까, 나무하러 오리까?”
“아이고, 요즘같이 문지방에 먼지만 잔뜩 끼는 때에 점 보러 날 찾아 왔단 소릴 들으니, 기러기 나는 가을밤 가인(佳人)의 옷고름 푸는 소리보다 백 번은 더 살갑구나. 버선발이 닳도록 냉큼 들어오시게.”
“들어갑죠.”
유월이 고무신짝 벗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동안 구봉사는 갓 머리 바투 고쳐 쓰고 점잖게 좌정하여 손님을 맞이하는고녀.
“들어 왔으면 게 앉으시게.”
“장승다린 아닌즉 좀 앉겠소.”
“그래, 점을 보러 온 게 분명하단 말이지?”
“이 영감님이 뛔놈 고쟁이를 삶아 먹었나, 점 보러 온 사람 앉혀 놓고는?······”
“응, 잘 찾아 왔으이. 그런데, 복채는 넉넉히 준비했겠구?”
“복채 염렬랑은 일절 마시고 점이나 자알 봐 주시오.”
“그래, 어떤 점을 볼라나?”
“행년점이요.”
“행년점이라······. 때가 퍽이나 늦었으나 어찌 됐든 한번 봄세. 몇 년 생인고?”
“금년 나이, 꽃 같은 열아홉이요.”
구봉사가 눈 껌벅거리며 손가락으로 간지를 짚어보고는 연주(年柱)를 잡아내는데.
“흠······. 좋은 때로세······. 경인년생이 되겠고······. 태어난 월 일 시를 주욱 읊어보게나.”
“사월 초아흐렛날이고요, 시는 인정 치던 늦은 밤이었다죠.”
“흠······. 알겠네. 그럼 슬슬 시작해 봄세그려.”
사주를 뽑아 들은 구봉사가 이제부터 행년 점괘를 살펴보려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흥얼대는데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를 꼭 이렇게 읊어대는 것이 제법 타령 장단이 듣기 좋았던지라 유월이의 주책바가지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고녀.
“수려하다 자개농, 목 축여라 추기신계, 그러려니 인가병, 묘한 새야 묘을, 밟어밟어 진뭉계, 봉사 눈에 사방무경, 낮 기운은 오정기, 미적미적 미정을기, 샥시 이름 신경임, 신라장군 김유신, 술 처먹고 술정신무······. 에헴, 경인년 신사월 무신일에 계해시 생이라······. 그래, 형제가 조히 되겠는데 모두 해서 어찌 되는가?”
“형제 많다는 걸 바로 찍어내시니 제법이오그려. 우리 엄니가 전부 여덟을 낳으셨는데, 내가 막내로 태어났고, 위로 오라비가 둘에 언니 하나가 남았소.”
“모친께서 줄창 낳느라고 욕 많이 보셨겠구만?”
“뭐,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답디다.”
“아니었다니? 받아온 아이도 있었다던가?”
“그게 아니고, 애 낳는 재주가 남달라서 자식 한 꾸러미를 수월히 낳았다 이 말입죠.”
“어떻게 했기에 그러누?”
“들어보시오. 첫째 땐 아이고 나 죽네 소리가 진양조로 길도록 이어지더니, 둘째 때는 제법 기운차게끔 웃조로 엇중모리 장단을 뽑았굽쇼, 세째 땐 여유가 생겨서 그 장단이 평조 중모리 장단이었고, 네째 땐 아예 중중모리 타령 장단이었다죠.”
“워따! 장단 가락에 얹어서 애를 다 낳다니, 자네 모친 풍류가 제법 대단허이.”
“우리 엄니가 원체 소리 잡히길 좋아했었소.”
“그래, 그 다음은?”
“말씀 마시오. 애 낳는 것도 이력이 붙는다고, 다섯째 언니 날 적엔 문고리 잡고 얼쑤 끙 소리 한 번에 가볍게 끝냈고, 여섯째 언니 땐 좋~다 소리 한 번에 낳았죠. 그런데, 바로 윗 언니, 그러니까 여적 살아남은 언니인데, 요때는 그만 사고가 났지 뭐요.”
“사고라니?”
“아, 그만 방귀 한 대 시원하게 날린다고 힘을 부욱 주니까, 어라? 애가 방귀에 묻혀서 기척도 없이 나와 버렸네?”
“아뿔싸! 거, 장히 아쉬웠겠구만.”
“그래서 그 언니, 아직도 엄니한테 눈총께나 받고 살죠만, 어쨌거나 이번에는 제 차례가 되었겠습죠?”
“허, 그것참! 자네 때는 어쨌는데?”
“이번엔 전번의 실수도 만회할 겸, 보는 사람들도 생각해서 재미나게 할 겸, 그동안 쌓은 모든 공력을 아끼지 않기로 한 겁죠.”
구봉사, 이제는 코가 빠지도록 궁금증이 이는구나.
“잉, 그래서?”
“마침 시간도 밤인 지라, 인정치는 쇠북 소리에 맞춰 추임새까지 살리면서 절 받았다는데, 쇠북 소리 뎅~ 할 때마다 얼씨고에 지화자 더니 맨 마지막 뎅 소리엔 두둥 탁 둥 탁! 자진모리 한 토막으로 가뿐하게 끝내고 일어나 앉았답디다.”
“가히 귀신이 쫓아와서 절을 할 노릇이구먼!”
“그야말로 온갖 장단이 다 발휘되었으니 여덟 형제 중에 백미였습죠.”
“크으!······ 필시 하늘이 내린 재주로다!”
구봉사가 이토록 감탄하는 중에 유월이, 슬그머니 다른 생각이 들겄다?
“저 태어날 적 내력이 그리하다 보니, 내 소리 장단 짚는 게 또한 남다른데, 한번 들어나 보시겠소?”
“엥? 다 좋은데, 아 뜬금없이 점집에 웬 타령이여?”
“뜬금없긴 뭐가 없다 그러시오? 말 난 김에 한 자락 뽑아보겠다는 건데. 아, 그리고 점집엔 사람 안 삽디까? 소리 들려주고 복채 깎자 소린 안 할 테니 귀청 닦고 들어나보시오.”
“허! 그 처자 기운 한번 시원허구먼? 정히 원한다면, 어디 한번 들어나 봄세.”
“진작 그러실 것이지. 단가나 한 곡조 뽑겠소. 아주 섬세한 걸루.”
“아 그래, 알았어. 섬세한 걸루 얼른 뽑아나 보게.”
“에헴, 합니다?”
“응.”
이리하야 뜻하지 아니하게 점집에서 타령 가락이 흐르게 되었는데, 그만큼 유월이가 풍류를 어지간히 좋아하던 것이 아니었던가 보뎌라.
“만고강산 유람헐 제 삼신산이 어드메뇨. 일봉래 이방장과 삼영주 이 아니냐. 죽장 짚고 풍월 실어 봉래산을 유람헐 제 경포동령 명월을 구경허고, 정간정 낙산사와 총석정을 구경허고, 단발 길을 얼른 넘어 봉래산을 올라가니, 천봉만한 부용들은 하늘에 높이 솟아있고, 백절 폭포 급한 물은 은하수를 기울인 듯, 잠든 구름 깨우려고 맑은 안개 잠겼으니, 선경일시가 분명쿠나. 때마침 모춘이라 붉은 꽃 푸른 잎과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색을 자랑한다. 봉래산 좋은 경치 지척으로 두어두고 못본 지가 몇 핸고, 다행히 오날날 만고강산을 유람헐 제 이곳을 당도허니 옛일이 새로와라. 어화 세상 벗님네, 상전벽해를 웃지 마소. 엽진화락 이 없을까. 서산에 저 지는 해는 양류사로 잡아매고, 동령에 솟는 달은 계수에 머물러라. 한없이 놀고 가세 노자면 어이 놀아, 알뜰한 친구벗님 모두 모아 금잔디 자르르르르 깔린 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흔들거리고 놀아······.”
유월의 걸쭉한 타령 가락에 구봉사가 점이고 뭐고 잊은 듯 손장단 쳐가며 흥에 겨워 하는고녀.
“어, 그 참 잘 한다! 아주 자알 들었네. 솜씨가 이러허니, 자네 모친 얘기 사실은 사실인가 보이.”
“이젠 점이나 봅시다.”
“응, 그러지. 일러줌세······. 그런데, 자네 사주가 좀 그래. 역마살이 넘쳐흘러, 콸콸콸.”
“에효!······ 동학 난리 나던 해에 엄니 품을 떠나더니, 동가서가 많이도 팔려 다녔죠, 뭐. 상것 팔자 뻔한 것 아니겠어요?”
“그간 고생께나 했겠네만, 염려 말게나. 이제는 좋아질 수야.”
“지금 있는 댁에 아씨께서 참 잘 해주시기야 합죠만.”
“자네 올해 운세가 좋아. 춘풍만화(春風滿花)에 주마가편(走馬加鞭)이여.”
“아따, 그게 무슨 뜻이요?”
“에······. 좋은 뜻이제!”
“잉?”
유월이 재차 물으려는 기색을 뭉개려고 구봉사, 얼른 다음 말로 들어가는데.
“허나! 호사다마라.”
“호사다마?”
“그렇지!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다, 이거렸다?”
그러자 눈치 빠른 유월이, 콧방귀 튕 날리며 대꾸하거늘.
“오옹, 해서 액막이로 부적 하나 써 가라?”
이 말에 구봉사가 입맛을 쩝쩝거리며 실룩거릴 수밖에.
“아, 자네가 점 보는가? 웬 사설이 그리 붙어?”
“점괘 장단이야 다 그렇고 그렇다는 거 짐작이야 합죠.”
“뎃끼! 싫으면 예서 그만두고 가게나! 주둥아리 방정살이 그 뒤룩뒤룩 살찐 몸뚱아리만큼 실허구먼.”
“어이고, 남들이 나보고 힘께나 쓴다고는 합디다만, 앞도 못 보면서 내가 근수 제법 나간다는 건 또 어찌 아셨소? 용하기두 하셔라.”
“사주에 다 나오네.”
“사주에 별 게 다 들어있소그려. 어쨌거나 안 좋다는 건 뭐요?”
“병치레가 있겠어. 그것도 된통 말일세.”
“이날 이때 가지 고뿔 한번 걸린 적이 없고만?”
“나야 수가 나오는 대로만 읊는 거니까 잔말 말고 내 이르는 대로 하세. 싸게 해서 백동화 닷푼이면 되니깐 두루.”
“까짓 그럽시다, 뭐. 그건 그렇고, 아까 말한 좋은 건 또 뭐요?”
“안 되는 일이 없고 집안 방방마다 복이 쌓이리로다. 잘하면 식구 수도 늘겠고.”
“식구 수가 는다고요?”
“이 사람아, 혼례 올릴 수다 이거네.”
이 한 말에 유월이 눈이 솟을 대문짝만 해지는데!
“내가 혼례를 다 올려요?! 그게 정말이요?”
“응, 그렇게 수가 나와.”
이젠 유월이 콧김에 단내가 진동하기 시작하것다?
“대체, 어떤 남정네요?”
“에헴, 자네 칠성기도 한번 안 올릴라나? 그럼 죄다 알 수 있는데. 내 칠성기도 한 번에 점괘를 뽑으면 천기가 다 내 손에 들어와. 그리되면 처녀 귀신 짝 맺는 것도 누워 코 곯기야. 월하노인(月下老人_고대 중국의 전문 뚜쟁이 영감탱이로 신선을 자처하며 적승계족, 즉 시뻘건 새끼줄로 선남선녀의 발목을 묶어주는 식으로 인연을 맺어주어 당시 제법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비싼 소개료로 치부를 잘하였다 함)이 따로 없지.”
“아니, 봉사님 점괘가 그리도 신통하오? 그 칠성기도 한판에 천생배필이 생기긴 생기는 게요?”
“암만. 두말하면 숨이 차고, 세말하면 혀가 닳어. 아, 계룡산 산신령이 나하고 골패 맞수였어, 이거 왜 이래?”
허허, 칠성기도 한판에 천생배필이라! 가만 보니 이놈의 영감쟁이가 소문대로 점은 제법 보는고로 한번 믿어볼 만도 하것다? 발품 팔면서 다른 점 집 다시 찾을 수고나 덜어야겠고녀. 유월이 이러저러 잔머리를 굴리더니 크게 흡족해하는지라.
“봉사님, 내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만 가야겠고, 그 칠성기도는 담에 와서 올리겠소.”
“아니, 지금 해도 될 것을 왜 다음으로 미루는가? 복채가 걱정된다면 외상으로도 가능한데?”
“그게 아니라, 내가 급히 우리 댁 아씨께 아뢸 말씀이 있소. 실은 그 칠성기도, 우리 아씨가 올려야 할 참이오.”
그러자 구봉사의 멀은 두 눈이 느닷없이 꿈적꿈적 바빠지는구나.
“아씨께서 칠성기도라니? 오호라, 자네 아씨가 팔자를 고치려는 게로구먼! 가, 가만······. 자네, 아까 화개동에서 왔다고 했겠다?”
“그랬죠만?”
“옳거니! 그렇다면 장안에 이름자가 짜르르르한 그 화개동 과부 김씨 댁이로구만? 내 말이 맞지?”
아차 싶었던 유월이 급히 손으로 구봉사의 입을 틀어막으며 오금 박기를.
“어허! 거, 말 많으시네! 어디 가서 입도 뻥긋 마시오! 그랬다간 칠성기도고 뭐고 간에 봉사 영감 입도 멀게 될 테니!”
“아, 알았으니 손 좀 치워! 뭐가 이렇게 짜?”
유월이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나며 재차 구봉사 다짐을 받는고녀.
“하여튼 입조심하시오. 내 돌아가거든 수일 내로 통기하리다. 나중에 아씨 뫼시고 올 때 칠성기도, 잘이나 봐주시고.”
“나도 그 댁 아씨 얘기는 익히 알고 있다네. 아뭇소리 않고 있을 것이니 염려 말게나. 그런즉 돌아가서 잘 말씀 여쭌 뒤에 시급을 다투어 모시고 오기나 해여.”
“이제 가게 부적이나 내 주시오.”
“응, 그럼세.”
구봉사가 주만동이 그려낸 구불텅한 부적 종이 내주니 유월이 시원하게 복채 내주고는 두 다리 앞세워 가랑이 사이로 새납 소리 내면서 서둘러 화개동으로 돌아갔겄다? 유월이 돌아간 연후에 구봉사 작태 좀 보아라. 복채 돈 집어든 채 돈 냄새를 이리 킁킁 저리 킁킁 맡으며 좋아하는데, 유월이 한데 물이라도 들었는지 바로 돈타령이 흐르는구나.
“햐, 좋다! 돈 냄새 맡아본 지 아득도 하구나. 돈 돈 돈타령이로세! 개성 장사치의 발 구린 돈, 청계천 다리 밑의 꼭지딴 돈, 신창 청루의 해어화채, 홍제원 주모의 넉살 돈, 교사주문의 새까만 돈, 평안감사의 마다리 돈. 게중에 어떤 돈이관대 너 이놈의 돈 어디 갔다 이제 온단 말이냐? 노지심이 술을 본 듯, 유비가 공명 본 듯, 별주부가 퇴끼를 본 듯, 이 도령이 춘향을 본 듯, 돈아 너 정말 반갑고나! 에헤헤헤······.”
봉사 주제에 보이네 안보이네를 연발하며 지랄치는 모습이 장히 가관이었던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