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급급여률령사바하 04

시대해학풍자소설

by 최정철 Jong Choi

이리하야 김씨녀의 문제가 상큼하게 넘어가는 듯했거늘, 갑자기 유월이 또 토를 달고 나서는고녀.

“가긴 어딜 가신다고 그러시오? 온 김에 내 점도 봐야겠소. 아씨만 구가장 하시랴오? 이참에 나도 시집 좀 가 봅시다. 저번에 영감이 저보고 올해 혼인 수 있다 안 했소?”

“했지. 아, 그러세. 유월 처자 것도 같이 한번 봄세그려. 워따, 오늘 매상 끗발 한번 조오쿠나!”

김씨녀, 지켜보다가 허락을 할 수밖에.

“서해 망둥이가 뛰니까 앞뜰에 빗자루도 뛴다더니······. 짧게 봐 주시오 그럼.”

“그럽시다. 저번에 뽑은 사주가 어찌 되었더라?······ 옳지, 생각났구나.”

구봉사가 주둥이를 오물락거리며 경 외고 축언 짧게 읊고 나서 잠시 조용히 점괘를 추스리는데, 어째 구봉사의 낯짝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겄다?

“어라? 이거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다는 게요? 뭐, 안 좋은 수라도 나온 거요 뭐요?”

“이게 웬 변고인고? 자네하고 아씨하고 혼례 치르는 날이 같은 날로 나오는데?”

“에?”

“게다가 사내 또한 아씨하고 같은 숭례문 방향이란 말이지?”

김씨녀도 보다 못해 걱정이 되는고녀.

“아니, 무슨 점괘가 그리 뒤숭숭하오?”

“낸들 압니까? 점괘에 그리 나오는 걸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오?”

“나야 시집가게 된다니 좋은 일이오만, 잘하면 우리 아씨 것하고 내 것하고 뒤섞일지도 모르겠네. 거, 그리되면 나중에 가끔씩 바꿔 써봅시다그려.”

“바꿔 쓰긴 뭘 바꿔 써?! 망측한 년 같으니!”

“잘 아시면서······.”

“어쨌거나 내 삼십 년 동안 점을 치면서 오늘같이 희한한 점괘는 처음일세그려.”

“그 점 믿어도 되는 점이요?”

유월의 다그치는 물음에 구봉사가 정색을 하고 답하기를.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입으로 헛말 한 적 없네!”

구봉사가 자기 점괘에 이 정도 말뚝쇠를 박아대니 김씨녀나 유월이 할 말이 없으렷다?

“얘, 정신 사납다. 그런가 하고 이만 가자. 지켜보면 뭐가 어떻게 되겠지.”

“까짓거, 그러십시다. 요상한 점보고 가오 그려.”

“아무튼 제가 이르는 대로 꼭 그대로만 하셔야 합니다?”

김씨녀와 유월이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구봉사, 복채로 받은 거금 오십 푼을 주물럭거리며 희희낙락 하는고녀.

“어절씨고 좋구나, 저절씨고 좋다. 오랜만에 큰 점 보고 횡재를 하였구나! 이렇게 신명나는 일이 매일같이만 있다면, 서시 꿰찬 오왕부차 어디가 부럽겠느냐, 헤헤헤······.”

늙은 말이 콩 더 밝힌다고, 이렇게 대청마루를 뒹굴며 돈냄새 킁킁 즐기는 차에 일 마친 주만동이 썩 허니 들어서는 것이렸다. 그런데 꼴을 보아 허니 원행 쫓아가서 술께나 조히 얻어 마신 행각이라 사랑타령을 흥얼대며 들어서자니 기척을 들은 구봉사, 부리나케 돈부터 숨기는구나.

“양류세지 늘어진 가지 꾀꼴 새가 아름답다, 에후 절사 더덤석 안고서 어화 요것이 내 사랑.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니라, 에후 절사 더덤석 안고서 어화 요것이 내 사랑······. 거, 좋구나!······”

“응, 주서방 자네 이제 오는가? 오늘은 놀이가 제법 좋았나 보이? 어딜 갔다온 겐가?”

“흥! 가회동 어르신 뫼시고 세검정 갔다 왔소, 왜?”

“좋은 데 혼자만 다니는 게여?”

“판 깰 일 있소? 눈먼 까막쟁이 영감 달구 다니게.”

“헤헤헤······. 어여 들어가 쉬어야지?”

“근데······. 오늘 점 손님 있었소? 새새거리는 작태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먼?”

하우스 머니는 이미 뜯기게 생겼다 싶어진 구봉사, 낯짝 살짝 찌그러트리며 말을 잇거늘.

“응, 저기 뭣이냐. 실은 한 손님 치렀네. 팔자 고치고 싶다고 안달 난 사람이 있어 내 칠성기도 한판 올려줬지 않았는가?”

“흥, 어떤 넋 나간 위인인진 몰라도 헛돈 썼겠구랴.”

“데끼 이 사람!”

“다 좋소. 다 좋고, 오늘 얘기나 좀 나눕시다.”

“아, 무슨 얘기를?”

“보아 허니 다른 사람들 팔자는 열심히 고쳐주는 모양 같소만, 대관절 내 팔자는 언제나 고쳐지는 겝니까?”

“또 그 얘긴가? 내 말 했잖은가, 머지않았다고 말이여.”

“도대체 그 머지않은 때가 언제냐 말이오, 내 말인즉!”

주만동이 버럭 고함을 지르니 구봉사 꼴이 괭이 앞의 서생원 꼴이라.

“어찌 이리 보채는가? 사람 운이라는 건 다 때를 타는 법일세.”

술기운도 동하겠다, 그동안 참았던 성질 이제 더는 말리지 못하겠다, 주만동이 드디어 끝장을 볼 심사로 닦아세움질로 들어가는데.

“때 타는 거 좋아헌다, 때 타는 거 좋아해!”

주만동이 제 가슴을 텅텅 치고 나서 허공에다 대고 턱을 돌려가면서 답답 타령을 풀어놓는고녀.

“허이고!······ 내가 어쩌다 저 영감 말에 홀딱을 해가지고는 두 해 세월을 허송했네그려. 운수대통 시켜 주마고 이말 저말 꿀 발림에 큰소리 잔뜩 치길래 갈 데 없는 노인네라 내 집에다 모셔두고 기름진 밥 맥여 주고 따순 방에 재워주며, 이태 동안 성질 꾸욱 참고 기다려 왔거늘, 내 운수가 언제 한번 시원허게 터진 적이 있기나 합디까! 내 귀 얇은 것 이제 와서 누굴 탓하리요만, 이제는 영감 얼굴 보기만 해도 속이 끓고, 그놈의 기다리라는 소리 듣기만 해도 허파가 뒤집히오!······ 이놈의 팔자 속절없네, 이놈의 팔자 속절없어. 천금같은 고향 떠나 한양 생활 십 년 동안 돈냥 좀 벌어 호강코자 온갖 짓을 다 했거늘, 삼개나루 격군 질에 배오개장 나뭇지게, 종운가 육의전 옹기가게 급사질, 어포바리 재여 두고 장사판도 벌여보고, 이도 저도 마땅찮아 거간질까지 해 봤으나, 하는 일 족족마다 되는 일이 없었으니, 이게 어디 사는 건가 끈 떨어진 망건신세라, 기막히고 답답하네!······ 어짤랴오? 아, 어짤랴는 말이요! 이제 나를 좀 어떻게나 해 보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오늘로 파종하고 마무리 지읍시다, 속이나 편하게! 나도 이젠 징글몸서리가 나오그려!”

주만동이 술김인지 벼르고 있었던지 칼을 뽑아 들고 나서는 기세라 불쌍한 구봉사, 들이키고 내쉬는 숨에 흑흑 소리가 묻어 나오는고녀.

“이 사람아, 파종을 하다니. 그여 이 집에서 날 내쫓을 텐가?”

“내 집 갖고 누가 무서워 나가라 소리 못하겠소? 나 원망 마오. 나도 그동안 할 만큼 했소.”

“자네 심사 답답한 거 내 모르는 바 아닐세. 내가 보기에도 참 안스러우이. 허나, 강태공이 괜히 곧은 낚시질이요 개고락지가 괜히 움츠리는가?”

“저 말 하나는 기름 먹인 똥이로세, 어찌 저리 술술 거리며 잘도 빠져나오노? 다 그만두고, 아 어짤랍니까? 얘길 하소!”

“에휴!······”

사면초가 코너에 몰린 구봉사 눈에 눈물이 종횡으로 치닫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녕이 있다던가, 갑자기 구봉사의 표정이 마치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는 모세의 낯짝 꼴이 되더니 무르팍까지 쳐가며 냅다 한 소리 지르거늘.

“옳지 그렇지! 내 그걸 어찌 놓치고 있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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