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급급여률령사바하 05

시대해학풍자소설

by 최정철 Jong Choi

“지금 점보고 있소? 뭘 이리저리 궁리하는 게요?”

구봉사, 이제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한쪽 다리를 외로 홱 잡아채어 앉은 자세를 고치고는 주만동이를 얼르기 시작하는데.

“자네, 이건 어떻겠는가?”

“뭔 방법이라도 찾은 모양이오, 꼴세가? 혹부리영감 노랫가락 수이 뽑듯 툭 허니 잘은 나오네그랴. 대체 뭐요?”

“다름 아니고, 자네가 정히 서둘러 팔자를 고치고 싶다허니 내 이제 득책을 일러주겠네.”

주만동이 모로 꼬나보다가 이제는 속지 않으리, 하는 심사로 다짐 말을 박는고녀.

“허튼 소릴랑은 말고 제대로 되는 걸로 일러주소.”

“허튼 소린 아닐세. 뭔고 허니, 자네 이참에 새장가 한번 들게나.”

“······새장가아?”

주만동이, 새장가 소리에 헛웃음을 터뜨리나니.

“아니, 장가드는 게 내 운수대통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시오? 그것도 그러려니와 어느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처자가 있어, 나처럼 처지 불쌍한 홀애비 날건달한테 재취를 다 온단 말이오? 거, 말도 안 되는 방법이니 그만 물리고, 다른 방법이나 꺼내 보오.”

“처자는 아니네만, 재물 많고 인물 훤한 슬하 무자식 생 과수댁이 있어 구가장을 하고 있네.”

콧방귀 뀌며 구봉사 얘기를 흘리던 주만동이, 갑자기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듯 두 눈이 대문 짝만해 지것다!

“뭐요?! 과수댁이 돈이 많어? 거! 재 재 재! 재물이, 얼마나 된답디까?!”

옳지 요놈아, 네가 안 걸려들고 배기겄냐, 이제 구봉사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잡히는지라.

“제법 된다허이. 대궐 같은 기와집에 곳간마다 곡식이 쌀섬으로 넘쳐나고, 비누 공장 사주된 몸에 여기저기 채 놓은 돈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라네. 어떤가, 생각이 동하는가?”

이래 놓으니 우리의 주만동이 혀가 타들어 갈 수밖에. 구봉사의 손을 덥썩 잡는 그의 마음이 벌써 천리 길을 내빼는고녀.

“어디 사는 어느 과수댁이오?”

“혹시 자네 북촌 화개동 사는 김씨녀라고, 소식 좀 들은 거는 있겠지?”

“아니, 한양 장안에 화개동 과부를 모른다고 할 위인이 어디 있단 말이요?”

“헤헤헤······. 실은 조금 전에 왔다 간 점 손님이 바로 그 과수댁이여. 아, 그 과수댁이 개가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 말이라니까? 게다가, 자네 사주를 보자면 북방 향에 짝이 있다 하였고, 또 자네하고 그 과수댁 궁합도 좋으니, 이리저리 얘기가 맞아 떨어 지렸다?”

그러면 그렇지! 이놈의 영감탱이가 드디어 천기 보따리를 푸는 모양이로다! 주만동이 아궁이마냥 뻥 뚫어진 주둥이로 어푸어푸 소리를 내는데.

“여보 영감! 그게 바로 내가 기다렸던 운수대통인 갑소!”

“그리 생각하는가?”

“으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어젖히던 주만동, 그래도 켕기는 부분이 있었던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헌데 말이요, 걱정되는 게 있단 말이오.”

“온 내미, 잔치 벌이자는데 절구통 깬다고, 오늘은 계집이나 사내놈이나 걱정타령으로 염병들을 떨어대는구나. 아, 뭐가 또?!”

“그게 어디 나만 좋다고 해서 되는 게요? 그 과수댁이 이런 나를 거들떠나 보겠소?”

“이 작자를 그냥!······ 천기 보따리를 다른 놈한테 풀어 버릴까부다!”

“아따, 말인즉 그렇지 않냐 이 말이요. 분기 참으시고, 예?”

“아, 내가 다 길을 만들어 놓았다니까 그러네그랴! 그리고 자네 팔자는 내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그저 나만 믿게!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이 인간아!”

이 정도라면 영감 말을 어찌 아니 믿으리오? 주만동이, 벌떡 일어나더니 구봉사 전에 큰절을 올리는고녀.

“영감님, 내 큰절 한 상 올립니다요!”

“진즉에 그리 나올 것이지, 어흠······.”

“영감님이 진정 내 은인이요!”

하고 나서는 얼씨고나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데.

“이내 신세 홀애비 된지 올해로 몇 해이던가? 이리 저리 헤아려보니 석삼년이 똑 지났구나. 그간에 해온 짓이 벌건 건달 짓뿐 이라 얻은 건 괄시요 잃은 건 인심이거늘 못난 인생 찌그러진 팔자 눈물겹게 살았구나. 앞날을 가름하니 그 또한 비단길이 영 아닐런데, 대명천지에 이런 조화도 있더란 말이냐, 내가 이제 운수대통 하는갑다. 내 이제 새 마누라 얻게 되면 부귀영화가 내 것이라, 아이고 내가 이제 살게 되었나 보다!······ 자, 알려주소. 그 과수댁한테 장가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갓 쓰고 똥 누려나? 좀 차근차근, 응?”

“예이! 나야 영감님께서 이르는 데로 하리다.”

그런데 주만동이 벼락부자가 되는 마당에 우리의 구봉사가 어찌 자기 몫 걱정을 안 할 리가 있을쏘냐? 몇 되지도 않는 턱수염 자락을 쓸어보며 엄숙하게 한마디 하기를.

“어흠······. 방도를 일러주기 전에, 내 자네에게 미리 다짐받을 일이 있네만?”

“그 과수댁에 장가들지 말란 소리만 빼면 내 다 따르겠소.”

“자네가 운수 대통하는 마당에 나만 얌전히 있기가 서운허이.”

“서운······, 하시다?”

“응.”

“서운하시다면, 얼마나 서운하실꼬?”

“아주, 못내, 무진장, 서운허지!”

“응······. 거, 그렇기도 하겠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그 과수댁하고 혼례만 올리고 나면, 자연히 그 집 재산이 자네 게로 맡겨 지렸다?”

그 말에 주만동의 표정이 비장하게 굳어지더니 온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사자후를 토해내는데.

“그리 되어지지 않는다면,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뒤집혀지리다!”

“워따, 성질하고는. 어쨌거나, 그리 되면 전 재산의 사분지 일을 슬금슬금 날 주게. 어떤가?”

주서방의 머릿속이 오랜만에 와그락짜그락 하는고녀.

“······좋소! 옛적 말에 귤껍질 한 조각을 얻어먹어도 동정호를 아니 잊는다 했거늘, 내 어찌 봉사 영감 은혜를 저버리겠나이까? 사분지 일, 내 드립죠.”

“자네 인심 시원해서 맘에 드이! 그럼 약조하시게.”

“약조하리다!”

“만약 그대로 하지 않을 시엔 앙급전신할 터인즉, 잊지 말게나!”

“만일 내가 잊어버리면, 나도 눈이 멀어 같이 앉읍시다! 경이나 배우겠소.”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여 이 사람아! 헤헤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히히히······.”

“워따! 일인 즉 잘 풀리긴 하네만, 그나저나 내가 지금 목이 몹시 컬컬하니, 이거 원······.”

“기다리소서! 가서 막걸리 두어 되 냉큼 받아오겠나이다.”

이제는 주만동 꼴이 잘 훈련받은 워리가 되었음이 분명할진뎌.

“자네 정성이 참 갸륵해? 어여 댕겨 오게나.”

“쌔가 빠지도록 휭하니 달려갔다 오리다!”

주만동이 부리나케 뛰쳐나가고 나니 구봉사가 쓴 입맛을 다시며 처량히 한 말씀을 내뱉는고녀.

“쯔쯔쯔······. 두눈 멀쩡한 인사들이 이 눈먼 봉사에게 앞날을 의탁하는구나. 세상이 요지경이요 사람 산다는 것 또한 허망하기 짝이 없으려니, 사람 팔자 뜬금없도다. 두 사람 팔자를 천기에 붙였으나, 되고 안 되고는 너희들 복이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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