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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월 Aug 29. 2023

2일차

1부

2일차 (1부)


7월22일(토)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대충 아침을 때우고 쇼핑몰에 이것저것 살 것이 있어 대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우선 그랩 택시를 타고 high street에 도착했다.(이제 웬만하면 그랩을 이용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여름은 한가로이 길거리를 다닐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단 하루 만에 파악했다.) hight street는 가운데 길게 조성된 공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레스토랑 및 카페(카페보다는 레스토랑과 바가 많다.)가 쭉 줄지어 있다. 나는 덥기 전에 이곳저곳을 둘러 보고 싶었는데 대니는 그냥 목적 없이 다니는 것이 싫은지 자꾸 짜증을 냈다. 하긴 여자들이나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구경하고 먹고 하는 여행을 좋아하지 중2 사춘기 소년에겐 언감생심이다. 서로 맞지 않는 여행스타일로 서로 투닥 투닥 했다.


그리고 이내 나는 얼른 방법을 바꿔 어딘가 목적지를 정해두고 찾아가는 방향으로 모양새를 바꾸었다. 그렇게 필리핀의 롯데리아, 졸리비(jollibee) 버거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필리핀에서 그 흔하디흔한 졸리비 버거 매장을 구글 지도를 통해 일부러 좀 먼 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그렇게 나는 거기에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곁눈질로 거리 구경을 했고 대니는 오로지 햄버거를 먹는다는 즐거움으로 행복해했다. 참 살다 보면 방법은 어디에든 있는 것 같다. 근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피곤함이 좀 있긴 하다.  


어쨌든 우리의 첫 졸리비 버거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는데 나는 슬쩍 대니에게 돈을 주고 서로 다른 라인에서 줄을 세우고 네가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라고 했다. 내 딴에는 아무래도 처음 온 외국 여행이고 당연히 말도 통하지 않으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요즘 MZ 세대의 특징인지 스스럼없이 햄버거를 주문했다. 사실 뭐 말도 필요 없고 손가락으로 먹고 싶은 햄버거 그림을 찍고 다시 그 손가락을 치켜들고 한 개라고 표시 한 뒤 돈을 지불하는 아주 간단한 일련의 과정이었지만 나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내 자식이라서 그런지 무척 대견해 보였다.


졸리비 버거는 예상대로 맛났다. 유튜브에서도 그렇게 칭찬을 하던데 역시가 역시였다. (^^) 대니는 치즈 버거를 주문했다. 보기에는 좀 허접하게 생겨서 맛이 있으려나 했는데 오묘하게 입맛에 딱 맞았다. 특히 졸리비 버거의 시그니처는 모든 콤보에 곁들여 나오는 그 짭조름한 회색 소스가 아닌가 싶다. 그게 의외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사실 그 소스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통 햄버거 콤보는 햄버거, 감튀, 음료수인데 졸리비 버거의 특징은 감튀대신에 밥 또는 스파게티가 함께 나오는 조합이 있다는 다. 그러니까 햄버거+감튀+음료수, 햄버거+밥+음료수, 햄버거+스파게티+음료수 이렇게 말이다. 스파게티 맛과 비주얼은 우리나라 군대나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정도 였다. 그리고 예전 한국 맥도날드에서 판매했었지만 지금은 단종된 파이가 여기엔 있다. (사실 난 그 사과 파이를 좋아했는데 왜 한국에서는 단종 되었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피쉬(fish) 버거도 단종되었는데 그것도 아쉽다.) 사이즈는 큰 것, 작은 것 두 종류이고 파이 내용물은 가끔 변경되는 것 같다. 내가 먹었던 맛은 망고+사과 조합이었다. 이곳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파이가 인기 품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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