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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월 Aug 29. 2023

1일차

4부

1일차 (4부)


학원에 들어가니 웬걸, 한국인 학원 원장이 안쪽에서 어느 부모님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럿 한국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학원은 이렇게 방학 중에는 단기 어학연수 온 학생들로 붐비고 그 외에는 보니파시오에 거주하는 한국 학생들(보니파시오에는 Korean International School이 있다)을 대상으로 영어 학습를 포함하여 바이올린, 피아노 또는 미술 등을 가르치는 보습 학원이었다. 나는 주춤 주춤 그 근처에 얼쩡거리다 앞선 부모님이 상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얼른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다짜고짜 학원 등록을 하고 싶다고, 그리고 당장 월요일부터 수업을 해야한다고 절박하게 이야기했다.


한국인 원장은 여름방학 시즌이라 나처럼 단기 어학연수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유 자리가 없다며 곤란을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앞에 놓인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한참 하더니 오후 3시에서부터 6시까지 수업을 하나를 마련해 주겠단다. 사실인지 아니면 장사 수완인지 모르겠지만(끊임 없이 의심하는게  내 천성이다) 어쨌든 다른 곳을 찾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오늘 내로 학원 등록을 마치지 않으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라 학원비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등록했다. 학원비는 대략 3주 동안 하루 3시간씩 총 45시간 725,000원 정도였다. 한국에서 학원을 보내도 이 정도는 나올 거라 생각했다. 사실 한국에서 1:1 영어 과외비로 치면 오히려 저렴한 것이지만, 엄밀히 생각하면 이 가격이 이곳 실정에서 비싸냐 싸냐는 또 따로 고려해야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그날은 별로 다른 선택지가 없는 그런 날이었다.


어쨌든 학원을 등록했다는 것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구글 지도를 검색하니 학원 근처에 SM AURA라는 쇼핑몰이 있었다. 아시는 분이 이 곳 환전소가 좋은 환율을 적용한다고 해서 또 10분을 더 걸어 SM AURA에 갔다. 그 때가 아마 오후 4시쯤 된 것 같다. 저녁 때가 되니 해가 져서 그런지 한결 걷기가 편했다. 우선 달러 300불을 페소로 환전하고(필리핀의 경우 한국 돈을 페소로 직접 환전하는 것보다 달러를 페소로 환전하는게 더 유리하다_유튜브 피셜) 그 안에 큰 슈퍼마켓이 있길래 저녁거리 장을 보러 들어갔다.


필리핀에 오면 매일 망고를 먹을거라 기대했던 대니를 위해 열대 과일이 즐비한 곳으로 발을 옮겼다. 역시 가격도 저렴하고 싱싱한 망고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새삼 내가 진짜 필리핀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니에게 줄 망고와 대충의 저녁거리를 사고 쇼핑몰을 나와 숙소에 가려고 그랩 택시를 불렀는데 이게 또 잡히지 않는 거다. 나중에 안 건데 금요일 퇴근 시간에는 길도 막히고 그랩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랩 잡는게 하늘에 별 따기란다. 힘들어서 SM 쇼핑몰 밖에 앉아 있으니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장총 든 가이드가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다. 여기는 택시가 잘 안 잡히니 오토바이 불러라. 앱을 다운 받아야 한다. 어쩌고 저쩌고..(오늘 참 가이드와 말을 많이 나눴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부르려고 앱을 다운 받았는데 어라, 멤버쉽 입력 창에 현지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나왔다. 로밍을 해서 현지 번호가 없는 나는 아쉬움에 창을 닫아야만 했다. 결국 끊임없는 시도 끝에 그랩을 불러 숙소로 돌아왔다.


!!! 24시간을 24일처럼 쓴 느낌이다. 숙소에 와서 된장국을 끓여 아들을 먹이고 넷플릭스를 보면서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날이 나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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