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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월 Aug 29. 2023

1일차

3부

1일차 (3부)


배터리 충전을 위해 눈치 보며 로비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았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다시 호스트에게 연락해서 12시에 숙소 들어갈 수 있는지 요청하니 들어가도 된다고 허락을 받아서 1시간 일찍 체크인을 했다. 숙소는 깨끗했고 수영장은 아담했지만 그래도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났다. 하루 4만 원에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되었다. 대니도 그제야 기분이 풀린 듯 서둘러 수영장으로 향했다. 나는 대니 학원 때문에 이래 저래 마음이 복잡해서 또 구글에서  열심히 학원을 서치해, 한 곳을 찍고 또 무작정 나섰다. (사실 보니파시오에는 어학원이 별로 없다.) 오늘 대니의 학원을 등록 못하면 월요일부터 할 일없이 마닐라에 있어야 하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대니에게 학원 등록 시 보통 레벨 테스트도 같이 하니까 함께 가자고 했는데 죽어도 안 나가겠단다.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하긴 아이에게는 좀 힘든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상반되는 감정이 함께 들면 복잡해 진다.


내가 찾아간 곳은 1:1 수업을 위한 작은 방을 몇 개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필리핀 어학원이었다. 문제는 이곳을 찾는 데 한참 걸렸다는거다. 여기는 대부분 빌딩이 매우 높고 엄청 세련되었는데, 그 빌딩 입구에는 총을 든 가이드가 한, 두명씩 꼭 서 있다. 그 모습이 익숙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처음에는 좀 위압적으로 느껴져서 선뜻 빌딩 안으로 들어가기 좀 그렇다.(심지어 큰 세퍼트 개가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용무가 있어서 들어가면 크게 뭐라 하지 않고 흔쾌히 문도 열어준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것을 몰랐고 괜히 가이드가 어디가냐고 물으면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아서 한참을 빌딩 주변만 배회했었다.


그리고 문제는 이 현대적인 빌딩 로비에 그 흔한 안내 표지판이 없다는 것이다.(일명 이 건물에는 무슨 회사 있다든지.. 뭐 이런) 심지어 가이드에게 물어도 그 건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한국의 대부분 큰 건물에는 기본적으로 로비에 안내표지판이 있고 로비 데스크에 계신 분(심지어 경비하시는 분)에게 물으면 대충 그 건물에 뭐가 있는 줄 아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던 상황에서 학원이 있는 빌딩을 뙤약볕 아래 한 열 번쯤 뺑뺑 돌았다. 그러다 너무 힘들고 지쳐, 이젠 될 때로 되라는 식으로 무작정 건물 안으로 들어섰는데 어라! 가이드가 친절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학원 이름을 이야기하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말도 편하게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하나 하나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 쉽질 않다. 편하게 한국에 있었으면 되는 것을 돈 주고 무슨 사서 개고생을 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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