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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M Oct 20. 2024

진동하는 서막

1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볍게 시작한 바이올린 레슨은 어느새 유진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활을 쥘 때마다 느껴지는 현의 진동과 손끝에 전해지는 섬세한 떨림은 유일하게 마음의 안식을 주는 순간이었다. 현 위에서 활이 미끄러질 때마다 느껴지는 깊은 몰입감은, 유진에게 현실의 모든 고민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이올린을 혼자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갈증이 그녀를 괴롭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조화를 이루는 음악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유진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색 결과는 그녀의 기대와 달리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한 줄 한 줄 스크롤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자리 배치 때문에 다툼이 많아요. 실력과 상관없이 오래 다닌 사람이 앞자리에 앉기도 하고, 뒤에서 실력을 뽐내면 견제를 받기도 하죠.”


“자꾸 뒷자리에만 앉게 되니까 나중엔 연습할 맛이 안 나더라고요. 결국 탈퇴했습니다.”


“자리 때문에 경쟁이 너무 심해요. 입단순, 출석순, 실력순 모두 고려하고 자리를 배치해도, 누군가는 마음 상해서 탈퇴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유진의 가슴이 서서히 무거워졌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도 이 정도라니, 정말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며 마우스를 움직이던 찰나, 그녀는 프로 오케스트라에 대한 글을 발견했다.


“프로 오케스트라는 그 경쟁이 훨씬 심해요. 매년 블라인드 테스트 후 전체 자리를 재배치하거든요. 연주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 오직 연주 실력만으로 평가해요. 그래서 갑자기 뒷자리에 배정받게 되면, 많이들 버티지 못하고 탈퇴하죠.”


유진은 그 글을 읽다 손가락을 멈췄다. 화면을 바라보던 눈이 흔들리며 그녀는 그 글귀를 되새겼다.


‘블라인드 테스트 후 자리가 모두 재배치된다고? 그리고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탈퇴한다니…’


이 글은 유진에게 더 큰 불안을 안겨주었다.

프로 오케스트라의 세계는 너무 냉혹하게 느껴졌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조차 자리 경쟁이 이토록 심각한데, 프로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음 한구석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유진은 그 글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좀 더 여유로울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그래도 내가 들어가려는 곳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니까, 이렇게까지 치열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계속해서 자리 경쟁에 대한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유진의 마음속 불안은 점점 더 커졌다. 손가락이 떨릴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렸고, ‘조용히 연주만 하고 싶은데, 이런 분위기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유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던 바이올린이 무거운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기를 절대 원치 않았다. 그러나 불안감이 커질수록,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선 반대로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바이올린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욕망과, 오케스트라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갈망은 유진에게 하나의 큰 도전이자 목표로 다가왔다. 결국 그녀는 결심을 내렸다.


‘나는 가장 늦게 입단했으니 맨 뒷자리에 앉게 되겠지. 절대로 자리싸움 같은 건 하지 않겠어.’


진은 조용히, 그러나 굳건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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