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바이올린 파트로 입단이 확정된 후, 유진은 첫 연습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감정으로, 연습실로 향하던 유진은 조용히 심호흡을 내쉬었다. 창단된 지 10년이 된 이 오케스트라는 단합도 잘 되고 분위기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들어가서 잘 적응만 하면 즐거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수 있을 거야.’
연습실 문을 열자, 넓고 탁 트인 공간 안에는 아직 몇 명의 단원들만이 악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악기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고, 그 선율이 공기 속에 흐르며 마치 유진의 심장을 두드리는 듯했다. 유진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악기 소리가 서로 어우러져 한데 모이는 모습은, 눈앞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녹아드는 듯한 장관을 이루었다.
곧 정신을 차린 유진은 조용히 뒤쪽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여기라면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조용히 연주할 수 있겠지.’
유진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며, 바이올린을 꺼내 활을 올리는 순간, 그녀는 다시금 바이올린을 켜는 순수한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연습실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단원들은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유진은 그저 이 익숙한 공간에 스며들듯이 자리 잡고 싶었다. 그때, 세컨 바이올린 수석이 다가와 유진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처음 오셨죠? 여기 앉으시면 돼요.”
그녀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유진은 미소를 띤 그녀가 가리킨 맨 뒷자리로 조용히 앉았다. 주변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한 느낌에 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활을 손에 쥐고 연습을 준비하며 차분히 기다렸다.
이윽고 지휘자가 들어오자, 연습실에 있던 단원들은 일제히 자세를 가다듬으며 연습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유진은 오케스트라와 처음으로 맞추는 화음 속에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 마침내 그녀 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그 설렘도 잠시, 마음 한구석에서는 전에 읽었던 글들—자리 경쟁에 대한 글들이 다시금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