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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M Oct 30. 2024

쉼표 뒤, 새로운 조바꿈

5장

유진은 2풀트 out 자리에서 성공적으로 정기 연주회를 마쳤다. 연주가 끝난 후, 그녀는 연주 동영상과 사진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무대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연주했던 순간이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활을 움직이며 온몸으로 느낀 바이올린의 미세한 떨림과 단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조화가 그녀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사진 속에서도 연주 당시의 긴장감과 몰입이 그대로 느껴졌고, 그녀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금 기쁨에 젖었다.



1년 동안 흘린 땀과 노력이 열매를 맺은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유진은 깊은 자부심을 느꼈고,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칭찬과 격려에 성취감이 더욱 커졌다.


“유진 씨, 정말 멋졌어요. 활을 쓰는 모습이 아주 안정적이더라고요.”


“오늘 연주에서 유진 씨 덕분에 너무 든든했어요.”


“제가 유진 씨 뒤에 앉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유진은 자신이 오케스트라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연주가 끝난 후에도, 그녀는 그 순간의 떨림과 긴장감을 온몸에 깊이 새기며 되새김질했다. 그 순간은 마치 가슴속에 오랫동안 간직해 두고 싶은 추억처럼 선명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연주회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케스트라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단원들 사이에서 하나둘씩 탈퇴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몇몇 이름 모를 단원들이 조용히 떠났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유진은 그들이 누구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연습실은 점점 더 적막해졌고, 자리에 남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그러던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은 세컨 바이올린 1풀트 in 자리에 앉아 있던 단원의 갑작스러운 탈퇴였다. 그 단원은 언제나 수석 옆자리에서 세컨 바이올린 섹션을 이끌며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그의 빈자리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이탈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에 큰 공백을 남겼다.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유진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연습실을 채우던 활기찬 분위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고, 단원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걸까? 왜 창단 멤버들만 남아있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진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오케스트라 내부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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