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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Nov 03. 2024

독주와 합주의 경계

6장

몇 주 후, 유진은 평소처럼 연습에 참석했다. 그러나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유난히 어색한 침묵이 연습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단원들은 악기를 준비하며 서로 눈치를 보기만 할 뿐, 평소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모두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듯한 기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유진은 그 낯선 분위기에 당혹스러웠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연습이 시작되기 전, 유진은 문득 세컨 바이올린 자리를 바라보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서현이 1풀트 in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자리가 바뀐 것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단원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을 보며 곧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현은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단장이 된 것이었다. 이전 단장은 갑작스레 물러났고, 그 자리를 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지한 것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일이었던 것처럼, 서현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감을 내보이며 단장 자리를 굳혔다.


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띤 채 단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앞으로 우리 오케스트라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은 부드럽고 정중했지만, 유진은 그 속에서 은근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서현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함께, 마치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유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서현이 이제 오케스트라 내에서 누구보다 강한 위치에 서 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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