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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물을 닮았나요?

[고전이 재밌다] 동물 농장 4편_ 챕터 5, 6, 7

by ㅈㅑㅇ



책 속 동물들이 다 어디서 본 사람들 같아요.


이번 분량에서는 돼지 나폴레옹의 군주 행보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사실 조직 안에 매우 있을 법한 캐릭터입니다. 발 아래 사람들을 두고 위세를 과시하는 캐릭터 나폴레옹이요. 나폴레옹 편에 딱 붙어서 말로 묘하게 기억을 왜곡시키고 사람들을 휘두르는 스퀼러도 썩 낯설지 않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 아니 두세 번쯤 겪어본 사람들 같습니다.


공공의 적 '스노우볼'은 어느 사회에나 있죠. 이상한 일이 생기면 다 스노우볼 탓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고 맹목적으로 외쳐대는 양들도 상당한 기시감이 듭니다. 예쁘고 맛있는 것만 좇는 몰리는 어떻고요. 다 아는 듯 저 멀리서 '잘해봤자지'하며 떨어져 있는 벤자민도,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 +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항상 옳다'는 복서도 어디서 분명 본 적 있습니다.


읽을수록 화가 나고,

또 뜨끔해지는 책입니다.



Unsplash- Nik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2/episodes/25201968



왼쪽 나폴레옹 오른쪽 스퀼러 (비룡소 삽화)
몰리 (비룡소 삽화)
복서 (비룡소 삽화)


총 10개 챕터 중 이번 분량, 챕터 5, 6, 7에서 돼지 나폴레옹이 확실히 군주로 치고 나옵니다. 비열하고 치밀하고 무자비하게요.


강아지들을 데려가 몰래 자신의 경호대로 키워오질 않나, 풍차를 설계한 맞수 스노우볼을 역적으로 몰아 내쫓은 후 농장의 불운은 전부 스노우볼 탓하질 않나, 아주 가관입니다. 스노우볼이 내쫓긴 후엔 나폴레옹이 그렇게 반대하던 풍차 건설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반대했을 뿐 사실 그 아이디어는 나폴레옹 것이었다며. 더 나아가 동물들이 모이는 주간 회의를 폐지하고, 지시사항을 전달만 하는 한편, 이런저런 조치들에 반대하는 동물들을 처형합니다. 죽입니다. 스퀼러는 이런 나폴레옹을 두둔하지요. 슬쩍 칠 계명을 고치고, 상황이 불리할 땐 양들을 시켜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외쳐대도록 합니다.


동물들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농장에서 인간을 몰아낸 것은 이런 삶을 위해서가 아니었거든요. 그저 함께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싶었던 것뿐. 그게 그렇게나 힘든 일인가 봅니다.


만약. 나폴레옹이 동물들을 처형할 때 복서가 나섰다면 어땠을까요? 힘센 복서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개를 앞발로 낚아채 압도했던 그때, 나폴레옹의 처분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내쫓아 버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복서의 좋은 친구 벤자민이 그 변화에 동참했을까요? 뭔가 달라졌을까요? 가슴이 덜 답답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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