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ㅈㅑㅇ Jan 21. 2024

이방인의 언어

소크라테스 변론 읽기 Day 1


소크라테스가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가 이해한 대로 짧게 각색해서 옮겨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를 기소한 사람들 참 대단하죠?!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저 조차도 제가 누군지 거의 잊을 지경이었답니다. 물론 그들은 진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한 거짓말 중 저를 아주 많이 놀라게 한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달변이라 그 포스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not allow yourselves to be deceived by the force of my eloquence).

허참. 제가 입을 떼기만 하면 얼마나 말을 못 하는지 다들 아실 텐데 말이죠. 저는 대단한 연설가도 아니고 대담한 거짓말쟁이도 못됩니다. 혹시 그들이 의미한 게 제 말에 힘이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힘은 진실을 말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들과 달리 저는 완전 진실만 말합니다. 하지만 꾸미는 말은 안 합니다. 안 해요. 그 순간 내게 떠오르는 말로만, 간단하게 말하죠. 그러니 제게서 달변을 기대하진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제가 평소 말하던 대로 말하게 될 것입니다. 제 나이가 이제 칠십이 넘었는데, 법정에 처음 서 봅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쓰는 언어는 생소합니다. I am quite a stranger to the language of the place. 평소 시장이나 거래소 같은 데서 쓰던 말투 그대로 쓰겠습니다. 이방인이 출신 지역 언어를 쓰고 좀 촌스럽다한들 다들 이해해 주실 걸로 믿습니다. 말하는 이가 진실되게 말할 기회를 주시고, 공평하게 판단해 주십시오.


 
A stranger to the language. 소크라테스의 말투도 만만치 않게 낯설었고, 플라톤과 벤자민 조웻, 천병희 번역가님의 언어들도 낯설었습니다. 어찌 저지 위와 같이 받아들이긴 했습니다만. 저도 이 철학자들의 언어에 이방인이다 싶었네요.
 
최근 <나 혼자만 레벨업>이란 웹소설을 책으로 빌렸다가 몇 페이지 못 읽고 반납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웹소설의 언어가 너무 낯설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인기절정의 책이지만 제게는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지더라고요. 저의 가까운 친구가 추천해 준 이야기라, 만화책으로 다시 빌렸습니다. 분명 그 친구를 매료시키는 뭔가가 그 안에 있을 것 같아서요. 다행히 만화책은 페이지가 쑥쑥 넘어가더군요. (책은 아직 다 보지 못했어요. 웹툰 완결이지만 종이 만화책은 아직이더라고요. 웹툰보단 만화책으로 보고 싶어서 기다리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도 쑥쑥 넘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20줄 읽는데 한 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한글 읽고, 원서 읽고, 설명영상 보고, 쉬운 버전 영어도 확인하고.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다른 원서 읽기도 보통 처음이 제일 힘들다는 겁니다. 작가의 말투나 문체에 익숙해지면 좀 더 읽기가 수월해지긴 하더라고요. 오늘은 겨우 첫날이니. 점차 읽는데 드는 시간은 줄고, 텍스트를 통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