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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Feb 11. 2020

눈 위를 걷는다

이 길을 걷는다

새하얀 눈 위를 걷는다

한참을 걸어

뒤돌아본다

새하얀 눈밭에 길게 늘어진 발자국

눈은 계속 내리고

나는 계속 걷는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간혹 뒤돌아보면

시작도 어딘지 모른다

내리는 눈에

발자국도 점점 지워진다

하지만 눈이 쌓인다고

내가 지나온 길이 사라질까

눈이 녹아 꽃이 핀들

내가 지나온 길이 사라질까

발자국은 발자국일 뿐

기억은 내 마음에 남아

그 길을 남겨  놓는다

새하얀 눈 위를 걷는다

내리는 눈도

쌓이는 눈도

나를 덮어도

지우진 못한다

내가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

내가 지금

이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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