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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Feb 18. 2022

부모님께 옷 선물을 한다는 것

돈도 좋지만, 옷은 어때?

 나는 부모님들께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찰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와이면 선물하는 것이 좋다.


 내가 생각할 때, 현금도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좋은 포장지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그를 위한 고민의 시간까지 함께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열심히 고민하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안 그러시는 분도 계시지만, 우리 엄마의 경우 예쁜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시지만, 막상 돈으로 드리는 경우, 자신의 옷을 직접 사 입으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렵게 살아오셨던 삶의 습관이 남아 계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손주에게 사주는 장난감은 최고로 좋은 걸로 2개를 사주셔도, 자신의 옷에는 인색하게 되시는 것이다.


 그 사실을 꽤 오래전에 알아버린 나는, 십여 년 전부터 엄마의 모든 특별한 날에는 모두 옷을 선물하고 있다. 심지어 가끔은 그냥 아무 날도 아닌데, 옷을 사드리기도 하고, 지나다가  엄마에게 어울릴듯한 옷을 보며 무조건 사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은 엄마가 입고 다니시는 옷 중에서 내가 사들인 옷의 지분이 6~70%는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아주 오랫동안 엄마의 옷을 사드리다 보니, 이제 엄마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것뿐 아이라, 엄마와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도 찾았다.


 이런 나의 선물은 장인어른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장모님께서는 워낙 분명한 취향이 있으셔서 주로 함께 가서 사드리는 편이지만, 아버지의 경우는 패션에 전혀 까다롭지 않으시기 때문에, 내가 좋아 보이는 옷으로 사드리는 편이다. 그저 내 옷을 살 때, 니트를 하나 더 사거나, 바지를 하나 더 사는 정도지만, 가끔 모임에 내가 사드린 옷으로만 다 입고 나오실 때면 기분이 엄청 좋다.


 나는 아이에게 예쁜 옷을 사주고, 그 옷을 입은 아이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부모님께 새 옷을 사드리고 그 옷을 입고 맘에 들어하시는 보는 것도 너무 좋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들께서는 모두 비싼 브랜드나 명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니고, 시즌오프로 아주 저렴하게 사온 옷들도 너무 고마워하시는 분들이라,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다행인 것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에게는 돈보다 시간을 쓰는 것이 효도라는 말이 있다. 나는 부모님께 드리는 옷 선물이 바로 진짜 효도라는 생각이 있다. 내가 부모님들께 옷 선물을 하는 것은 부모님이 지금 필요한 신 옷이 뭐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하고, 지금 파는 옷들 중에 어울릴만한 옷들도 골라야 하고, 그리고 그 옷을 구매하는 과정과, 그 옷을 다시 전해드리기 위해 만나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이 용돈보다는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정성이고 마음이고,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자식분들은 두둑한 현금을 보내드리는 것도 너무 좋은 일이지만, 혹시 무엇인가 핑곗거리가 있다면, 무심한 듯 툭 옷을 꼭 선물해 봤으면 한다. 그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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