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종 Sep 05. 2022

멍 때리기 좋은 계절

가을인가?

 어느새 아침 공기가 선선해졌습니다. 문득 잠에선 깬 새벽에는 나도 모르게 미뤄둔 이불을 당겨 덥죠.

잠에서 깬 아침에는 창밖의 바람이 선선해, 옷장 저 안쪽에 있는 긴 옷들을 뒤적이기도 합니다.


"이제 가을인가?"


하지만 낮에는 여전히 뜨거운 햇빛과 높은 기온으로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그래도 퇴근길에 맞이하는 저녁 공기는 우리를 다시 설레게 하죠. 집 앞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라도 한 바퀴 돌아야 할 것 같은 이 공기는


"그래 이제 가을이구나."


싶습니다.


날씨는 참 우리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느 계절이 좋다고 해도 오래 머물지 않고, 지겹다 물러가라 해도 여간 질긴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계절은 어느새 흐르고, 여전히 머물며,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저 다가오는 계절과 날씨를 온순히 받아내며,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주절거릴 뿐이죠.


그래서 혹시 지금 마음이 심란하다면, 이것저것 생각이 복잡하다면, 그냥 날씨만 보세요.


내가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흐름에, 그저 멍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존재가 되면, 그저 내 마음에 거대한 폭풍도 흐르는 계절처럼 모두 지나는 것이라고. 결국 다 그런 거라고.


가을은 참 멍 때리기 좋은 계절입니다. 어느 공원 벤치, 편의점 앞 간이 의자, 버스정류장이나, 버스 속의 좌석, 작은 카페나 근사한 호텔 로비나, 어디든 상관없이 휴대폰 좀 넣고, 멍~


이 좋은 날씨가 우리의 복잡한 맘도, 어려운 생각도 모두 다 비워 줄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비빔국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