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 풀을 뽑다가 구부러진 손이 멈추네
질경이 앞에서 바닥을 평생 기어 다닌 기억들은
하얀 알갱이
빌어먹을 그때도 질경이만 남아있는 봄날이었지
우리가 걷던 길은 애기똥풀 꽃으로 무성했지
잡초의 근성도 모르고 시집 온 엄니는
꽃 모가지만 비틀어 잘랐지
어떤 어긋남에 대해
손가락 끝에서 노랑꽃까지
발버둥 칠수록 느낌은 이상하고 슬펐지
생활 앞에서 의지를 재발견이라도 하듯
어느 때보다 더 잡초를 밟으면서
밤낮없이 숟가락질만 했지
질경이처럼 모질 긴 삶이 생각나지 않게
내 곁을 사납게 떠돌던 것들이
맹렬하게 들고 일어났지
젠장, 그것이 울게 내버려둔 게 맞을 거야
손안에 움켜쥔 꽃이 빠져나갈까봐
둥굴레뿌리 같은 손가락을 쓰다듬어 주면서
손가락과 풀뿌리는 동급이라고
비오는 날 잡초를 붙잡고 울었지
딸아, 너만은 이렇게 살지 말거라 하는 말에
수없이 주저앉아서
구부러진 손마디가 무언지도 모르고 중얼거리다가
흰 뼈 드러내며 서로를 품고 살아온
저 길에서 지금도
잡초가 무성해질 뿐일 텐데
서로는 받은 몸을 무시하는 죄를 지은 것이여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맨발에서 흩어지지도 않는 발자국으로
침대에서 흰 비늘로 바닥에서 노랗게 우는 것이네
우리는 그냥 아득한 몸짓으로
흰 침대도 노랑 바닥도
그렇게 죽음도 물고 늘어지는 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