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 유혜미, 임지인 지음
갱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다른 우울증과 달리 ‘삶의 의미’와 관련된 것. 허무와 절망이라는 감정이 지배적. -칼 융
“갱년기에 따라다니는 단어가 우울증인데요. 완경3년~7년 뒤 발병률이 높고, 갱년기 이전에 우울증, 조울증을 경험했거나 생리 주기나 계절에 따라 기분 변화가 심한 사람, 그리고 최근에 사별이나 심한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해요.”
“갱년기 우울증은 갱년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감정 기복보다는 조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죠. 자녀의 독립에 따른 부모 역할의 상실, 나이 듦에 따른 젊음의 상실, 완경에 따른 여성성의 상실, 이룬 것 없는 것 같은 인생에 대한 후회 등 수많은 상실감이 마치 약속한 듯 동시에 갱년기에 몰려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마음 속에는 슬픔, 허무함, 공허함, 게다가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함 등 불행한 마음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인생 전반기에는 외부의 사회적인 일에 적응하는데 정신 에너지를 쏟는 반면 중년 이후는 자기 내부에 에너지를 쏟는 시기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면서 심리적인 재조정, 리모델링 과정을 겪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삶의 방식을 다른 사람한테 초점을 맞춰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가정생활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만 살다 보면 남을 먼저 배려하게 되거나 혹은 일을 우선 순위에 놓고 살게 되니까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기는 어렵죠. 어는 순간 힘듦이 쌓이고 애쓴 만큼 자신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없을 때 ‘억울함’이라는 감정의 상처가 남을 수 있어요.”
“갱년기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매우 유능했던 사람들이라는 어떤 의사분의 얘기가 기억나요.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으로 앞만 보고 삶을 달려온 이들이 맞이하는 갱년기 변화는 자신의 상실로 직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가치를 자신의 직업이나 역할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자신’에게 무게중심을 두어야 가변적이지 ㅇ낳고 상대적이지 ㅇ낳은 ‘마ㅡㅁ의 기준과 중심축’을 얻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갱년기 관련 수많은 책에서 ‘자아 찾기’라는 화두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
“정신적인 갱년기에서의 화두는 결국 ‘자아 찾기’ ‘자존감’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통상 이야기되는 ‘빈 둥지 증후군’은 엄마로서의 성장통 같기도 해요. ‘엄마’라는 자아가 너무 클 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타인으로 인정해야 비로소 아이를 존중할 수 있어요. 한 몸 같은 자녀를 엄마가 스스로 조금씩 독립시키는 과정을 해나가야 나중에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식이 우리 품을 떠나거나 혹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것은 우리가 철저히 독립적인 인간으로 다시 세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죠. 부모님과 자식은 저에게 보살핌을 주고받는 중요한 존재들이라서 그들이 떠나가거나 의지할 수 없게 될 때 진짜 홀로서야 되거든요. 저는 친정 아버지에게 정말 많이 의지하며 살았는데 40대 후반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혹독한 자아독립 시기를 보내야 했어요. 저는 이미 충분히 어른이고, 독립적인 인간이라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더군요. 제가 더 많이 아버지에게 의지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어요. “
“부모나 자식이냐 , 친구냐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재 애착 대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상과의 관계가 자신의 정신적 독립과 연결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사춘기와 갱년기는 자아 독립을 이루는 시기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어른의 독립은 ‘상실’이라는 큰 파도를 건너야 하고, 사회적 지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놓아야 하는, 말 그대로 날것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시기이네요.”
“갱년기에 독립과 성장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쌓아놓은 갱니의 독립과 성장, 단단함이 개인들의 갱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독립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갱년기 시기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그 이전의 내가 얼마나 ‘나’로서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죠.”
현 시대의 갱년기에 접어든 세 명의 작가들의 갱년기 수다를 담은 책이다. 병원에 가서 각 종 갱년기 증상들을 이야기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아주 원론적인 답변밖에 없다. 잘 관리하면 증상이 없기도 하거니와 증상이 다양하다는 답변이다. 혹시 나만 이런건 아닐까? 이것이 갱년기 증상일까? 의문이 드는 시점에서, 갱년기를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병원에서 받을 수 없는 위로나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독립과 주변 가족의 상실로 갱년기가 점화된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갱년기 위기가 왔다면 자신을 돌봐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내부에서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점검하여 남은 인생을 살아갈 가치관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갱년기를 이렇게 보내세요! 하는 책보다는 다양한 경로의 갱년기에 대해 이해해보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바로 대안을 제시하는 책보다는 오히려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요즘 어떤 갱년기 증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