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나보고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너는 주로 사랑에 대한 글을 써. 나는 왜 범문화적인 주제, 사랑에 대한 글을 쓸까. 사랑을 말하면 사랑이 곁에 있는 것 같다.
아무런 목적지 없이 부유하던 오리 배가 사랑의 강변에 당착하여 사람을 태운다. 오리 배 안에 있는 연인. 페달을 힘껏 밟으며 사랑의 가속도를 높인다. 먼저 지쳐서 페달을 밟지 않는 사람과 그 사람의 몫까지 페달을 돌리는 한 사람. 두 사람이 밟지 않으면 놀이가 아니라 노동이 된다. 노동에는 위로가 없다. 노동에는 이윤창출이 있다. 사랑에 실속 있는 가치를 부여하고 도구화시키면 반드시 결함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 사랑이 더 이상 본원적인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격을 잃은 사랑은 잘 물러서 썩기도 쉽다. 사랑이 관습적인 이데올로기가 된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고 사랑이 세련되어진 것도 아니다. 구태의연하다. 다들 사랑을 연애에서 찾고자 한다. 하지만 사랑은 다의적이다.
파편화된 도시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갈 뻔한 생을 끈질기게 잡아주는 건 사랑이다. 단언할 수 있다. 당신은 무뚝뚝한 사랑에 구속되어 있다. 뒷사람이 부딪히지 않게 문을 잡아주는 것,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것조차 식상해 보이지만 사랑할 수 있는 감각이다. 실존에 필요한 시시한 다정함들.
이 책에선 불완전한 다정함이 맴돈다. 서툴지만 망설임 없이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절망이 반복되면 일상이 돼. 슬픔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는 거고, 체념이 반복되면 삶이 되더라' 편지 형식으로 이어지는 글은 작은 소행성에 이름을 붙여주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글에 독자를 휘어잡을만한 절정은 없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차처럼 마음을 고요하게 감싸 안는다. 단어가 사과꽃을 솎아내듯 섬세하다. 위악을 저지르지 않고 또박또박 살아갈 것 같다. 누군가는 사랑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가 그 사랑을 먼저 말하고 독자들은 여름철 그늘 아래 모이는 사람들처럼 사랑을 말하기 위해 모인다.
사랑에 손을 넣어보세요. 더 깊이요. 무엇이 잡히나요. 말캉하고 부드럽고 따듯한 피가 잡히지 않나요. 사랑이 무르지 않게 잘 저어주세요. 저을수록 단단하게 굳어갑니다. 그러나 단단한 사랑은 아프지 않나요? 깨지기도 쉽고요. 물렁해질 정도로 주무릅니다. 사랑을 균처럼 번식시켜야 합니다. 사랑의 양을 불려 고독의 숙주를 죽여요. 더 큰 배지가 필요해요. 미생물이 증식하면 사랑은 버섯처럼 자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