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평생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지 않다. -만화 홀리랜드-
모두에게 어린시절이 있었듯 나에게도 평범한 어린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저 학교갔다 오면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5학년 소녀였고 그 날도 어김없이 친구을 집에 데려와 침대에서 방방 뛰며 놀았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뛰기만 하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힘든 어린 시절이였다.
부엌에서는 부모님이 요리하는 소리와 찌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밥이 된다는 신호를 보내왔고 나와 두 친구는 침대에서 방방 뛰면서 점심에 어떤 음식이 나올지 맞춰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방방 뛰다 침대 끝에 잘못 발을 딛였고 그대로 넘어졌다. 그냥 넘어지면 아프고 말겠지만 그 당시 내 방은 매우 좁았기 때문에 침대 옆에 책상이 있었는데 하필 그 책상의 모서리쪽에 머리를 박고 넘어지게 되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치 정전이 일어난 것처럼 내 머리에 스위치는 꺼졌고 스위치가 다시 켜졌을 때는 온 가족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막 울거나 그러지는 않고 머리가 아팠던 것만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황급히 나를 데리고 병원을 갔다. 집 근처 병원으로 가서 내가 머리를 다치고 발작을 했다고 얘기를 하시는 부모님의 말에 의사선생님은 상급병원으로 가보시라고 말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나와 다르게 부모님은 차 안에서 말씀이 없으셨다. 우리는 상급병원인 서울대병원으로 갔고 나는 그곳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고 시간이 지나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여러가지 검사를 해서 나온 게 딱 이거 하나뿐이라 별 생각없었지만 부모님은 그 얘기를 듣고 펑펑 우셨다. 잘은 모르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던 그 당시 그렇게 부모님이 우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였다.
내가 부모님의 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도대체 뇌전증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한 번 넘어진 걸로 이렇게 부모님이 슬퍼하실까? 나는 혹여나 내가 놀다가 다친거라 혼날 줄 알았지만 부모님은 우시면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어느정도 검사가 끝나고 두통도 다 없어진 후 병원을 다시 찾은 우리는 의사선생님에게 뇌전증이란 현재 고칠 수 있는 약이 없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평생 이 병을 가지고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평생 아픈 나 때문에 부모님이 눈물 흘릴거라고 생각하니 그때서야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