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기
초등학교 1학년 계절 교과목 속
채집과 수렵을 따라가면
일만 년, 혹은 오만 년이 펼쳐집니다
코인 채굴 게임에 빠진 큰아이는
밤늦도록 깊은 바닷속이나 사막에서
몇천만 년을 열 수 있는 암호를 캐내고 있는지
시간의 토굴을 파고들면 구석기의 손도끼를 만날 수 있을까요
발굴된 적갈색의 점토를
거르고 거르다 보면
화산재 뒤덮인 주검들의 수신호가 감지될까요
단 한순간도 눈을 내리뜨지 않고는
채굴은 채집에 닿을 수 없어요
달리거나 환하게 불을 켤 수도
작게 고인 빛 속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요
자동차 엔진이 성내는 것도 어쩌면 돌도끼의 본성이 배어서인지도 몰라요
켜켜이 쌓인 어제를 복제해보면
멸종된 동물들이 눈을 뜨고 있을지도요
보세요, 그늘이 한낮의 태양을 어떻게 녹여내는지
태양은 또 어떻게 일렁이는 그늘을 뽑아내는지
블록체인으로 이어진
저녁들
구석기의 자욱한 풍경이 잇따라 올라와요
거기, 산딸기를 입에 문
여섯 살 흥수아이*가 뛰놀고 있어요
*흥수아이:1983년 충북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