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파리를 잡으며

8. 같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

by 문영


'아름다운 것 같아요' , '맛있는 것 같아요' , '좋은 것 같아요'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으면서,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의 음식 맛에 취해있으면서,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좋다, 맛있다, 아름답다고 하지 않고 '좋은 것 같고, 맛있는 것 같고, 아름다운 것 같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취재 나간 방송국의 리포터들도 현장의 모습을 '같다'라는 말을 넣어서 소개한다. 친절하게 '같아요' , '같습니다'라고 자막을 넣어주기도 한다. 힘들여 취재한 것들이 진실이 아니고 같은 것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최고의 감정이나 최상의 느낌을 나타내는 말끝에 '같아요'라는 말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표현 방법으로 굳어가고 있다.

예쁘게 핀 꽃을 보고 '예쁘다'라고 말해야 맞다. 그런데 '예쁜 것 같다'라고 하면 '예쁜 것과 같다'라는 말이 될 수 있고, '예쁠 것 같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전자는 예쁜 것과 유사하다는 말이 되고 후자는 눈앞에 없는 것을 추정할 때 쓰는 말이다. '같다'라는 말을 넣어 쓰는 언어 습관이 어디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젊은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것은 좋은 것이니 먹어라' , '이 옷은 예쁘니 입어라' 하는 부모의 말에 수동적으로 따라 하며 공부에만 집중하던 우리 젊은이들이 저 혼자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자신의 판단과 느낌을 믿지 못하여 그러한 언어 습관이 몸에 밴듯싶다.

'좋다', '맛있다', 예쁘다'라고 말했다가 다른 사람이 '이게 뭐가 좋고, 어디가 예쁘고, 뭐가 맛있느냐'라고 반박해 올까 두려워서 자신의 생각을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의 취향이 각색이고, 개인의 성향이나 느낌은 개별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느낌을 고집할 수 없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겸손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내가 보기에는 찢어진 청바지가 결코 멋지지 않은데 '참 멋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회피성 발언일 수도 있다.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처리한 일이 없는 것 같다'로 일관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다, 아니다'로 대답했다면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이 찍히거나 법정 최고형을 면치 못한 어른들이 무수했을 것이다. 멋있는 것 같다고 했지 결코 멋있다고 한 일도 없고, 좋다고 한 일도 없으며, 맛있는 것 같다고 한 일밖에 없다고 자신을 옹호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놓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것이 버릇이 된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같은 것들이 넘쳐날 가능성이 있다. 젊은이들은 감정과 느낌까지 기계로 찍어낸 듯 같기를 원한다. 특별하거나 자신들과 같지 않을 때는 그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개별적이고, 개성 있고, 남들과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인데 같은 것이 넘쳐나는 복제품으로 살기를 원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남들과 같이 묻어가면 도드라져서 정을 맞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도피적 언어 습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번 믿어 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정을 맞을지언정 자신의 감정을 믿고, 자신의 판단을 믿으며,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신세대 젊은이다운 태도가 아닐까. (2009. 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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