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걷던 동네지만, 오늘 하늘빛이 조금 다르다.
바람은 선선하고, 나뭇잎은 반짝인다.
우리 집 강아지는 냄새를 맡느라 바쁘고, 나는 그 옆에서 멍하니 걷는다.
요즘은 아기와 함께 산책을 자주 나가지 못한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아기가 낮잠에 들면 조심스레 문을 나선다.
잠든 아기를 두고 나오는 발걸음은 살금살금,
그러나 그 짧은 외출이 내겐 소중하다.
아기와 함께일 땐 평평한 길을 걷지만,
오늘은 조금 더 울퉁불퉁한 오솔길로 향한다.
다행히 집 앞에 작은 산이 있어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좋다.
그냥 걷는다.
오늘 아기 이유식은 잘 됐던가,
남편은 퇴근하고 피곤하겠지, 나도 피곤한데
그런 생각들이 스치다가도, 어느새 잠잠해진다.
걷다 보면, 강아지가 힐끗 돌아본다.
‘엄마, 잘 따라오고 있지?’ 하는 듯한 눈빛.
그 눈빛에 묘하게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는 이 시간이 그냥 일상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이 산책이 ‘숨통’이 된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냥 나 자신으로 있는 시간.
짧은 산책이지만 이 시간 덕분에 또 하루를 살아낼 힘이 생긴다.
고맙다, 내 강아지야.
네가 있어서 나는 오늘도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