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 와 아기도깨비들
다섯 살 난 분이는 요즘 어린이집 적응을 하느라 너무 힘듭니다. 분이 엄마는 오늘도 분 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러 갑니다. 어린이집 문 앞에 다 도착한 엄마는 분 이를 꼭 안아줬습니다. 분 이를 두고 가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 아팠습니다. 분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엄마 목을 꼭 껴안자 엄마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눈물이 분이의 몸에 닿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분이 와 엄마의 앞에 예쁜 무지개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분이는 무지개다리를 보고 너무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그 작은 얼굴에 눈 밖에 안 보일 정도로 휘둥그레졌습니다. 너무 놀랍고 신기해 분이는 두 발을 동동 그루며 엄마에게 무지개다리를 타보자고 합니다.
분이 엄마와 분이는 무지개에 올랐습니다. 분이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갔습니다. 제일 꼭대기에 오르니 무지개다리 밑에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예쁜 구름들이 둥둥 떠나녔습니다. 다리를 다 건너자 예쁜 천사가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왔습니다. 손에는 천사가 입은 날개옷과 똑같은 옷이 두 벌 있었습니다. 천사는 그 옷을 분이 와 분이 엄마에게 입혀줬고 따라오라고 손짓하였습니다. 분이 와 엄마는 천사가 준 날개 옷을 입고 형형색색의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사이로 자유롭게 날아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빨간 구름이었습니다. 천사가 구름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분이 와 분이 엄마는 구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빨간 구름 속 세상에서는 신나는 동요들이 흘러나왔습니다. 한 발짝 내디디는 순간 분이는 팡하고 몸이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이 난 분이는 폴짝폴짝, 퐁퐁 뛰어다녔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뛰기도 하고 엄마와 경주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한참을 놀고 이제 나가고 싶어진 분이는 엄마 손을 문 입구로 잡아끌었습니다. 그런데 닫혀있는 문은 도저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속상해서 울기 직전인데 갑자기 빨간 반바지를 입은 아기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나랑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면 나가게 해 주지!”
분이는 가위바위보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시무룩해하는 분이에게 엄마는 가위바위보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분이는 용기를 내어 아기 도깨비에게 도전하였습니다.
“가위바위보!”
“이겼다~ 엄마 나 이겼어!”
신나서 분이는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힘을 써도 열리지 않던 문이 열렸습니다. 천사가 준 날개옷을 엄마는 잊지 않고 분이게 입혀주고 엄마도 입었습니다. 문을 여니 처음 만났던 천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몽글몽글 구름들 사이로 날아서 주황색 구름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주황색 구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다란 나무들에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귤, 감, 사과, 배, 복숭아 없는 과일이 없었습니다. 분이는 신이 나서 뛰어다니며 엄마에게 과일을 따달라고 하였습니다. 엄마는 분이가 손짓하는 과일마다 따서 옷에 슥삭 슥삭 닦아서 줬습니다. 분이는 과일즙을 온 얼굴에 묻히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도 많이 먹어 너무 배부를 때쯤 분이는 이 구름을 나가보고 싶어 졌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입구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하도 나무가 많아서 입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속상해서 두 눈이 동글해질 때 주황색 반바지를 입은 아기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나랑 숨바꼭질 해주면 나가게 해 주지”
“숨바꼭질 나 좋은데. 해줄께!”
“가위바위보 해서 술래 정하자!”
“그래”
“가위바위보”
분이가 져서 술래가 되었습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나, 둘, 셋, 넷 다 숨었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습니다. 분이는 이내 아기 도깨비를 찾아 나섰습니다.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멀리까지 뛰어갔지만 못 찾고 돌아오던 분이는 처음에 시작했던 그곳 옆 나무 뒤에 앉아서 사과를 먹는 아기 도깨비를 발견했습니다.
“잡았다!”
분이 와 엄마는 예쁜 날개 옷을 입고 아기 도깨비에게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아기 도깨비는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서니 또 그 천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사는 두 모녀를 노란 구름으로 안내했습니다. 노란 구름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은 반짝반짝 황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모래 위를 걷자 발이 사르르 간질간질했고, 하늘에서는 노란 풍선들이 둥둥 떠다니며 즐겁게 춤추고 있었습니다.
“엄마, 우리 풍선 잡자!”
분이는 풍선을 향해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엄마도 함께 웃으며 풍선을 잡으러 달렸습니다. 풍선을 하나 잡으니 풍선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잡은 사람은 수수께끼 하나!”
풍선은 수수께끼를 냈습니다.
“노랗고 둥글고 하늘에 있는 건 뭘까요?”
분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해!”
“딩동댕~ 정답!”
풍선이 크게 웃으며 하늘로 솟구쳤고, 그 순간 다시 문이 열렸습니다.
분이 엄마와 분이는 다시 천사 나비 옷을 입고 천사가 안내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초록 구름이었습니다. 초록 구름 안으로 들어가자 신기한 정원이 나타났습니다. 웃는 꽃, 춤추는 나무, 이야기하는 풀잎들… 모든 식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두 모녀를 반겨주었습니다.
“분이야, 여긴 살아 있는 정원이야.”
분이는 꽃들과 인사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안녕! 나는 분이야. 너희는 이름이 뭐야?”
꽃들이 다 함께 노래처럼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봄의 노래꽃~ 분이 와 놀러 온 걸 환영해!”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 순간 발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발에 물집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때 숲 속에서 초록색 반바지 입은 아기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나랑 씨름해서 이기면 안 아프게 해 주지!”
“씨름 어떻게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나를 넘어뜨리면 돼”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는 분이에게 엄마는 도깨비의 바지를 단단히 잡고 다리를 걸면 가능하다고 알려줬습니다. 분이는 엄마 말대로 하니 생각보다 쉽게 아기 도깨비를 이겼습니다. 그러니 신기하게도 발이 아프지 않았고 숲을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천사 날개 옷을 입고 천사가 안내하는 파란 구름으로 갔습니다. 파란 구름 속은 거대한 바닷속 세상이었습니다. 분이 와 엄마가 있은 날개옷은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도록 해줬습니다. 알록달록 물고기 떼, 거대한 고래, 해마, 문어까지… 모두가 반가운 듯 두 모녀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돌고래 한 마리가 분이 등을 밀어주며 장난치자 분이는 까르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나 진짜 바다 요정이 된 것 같아!”
하루 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던 분이가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무지갯빛 산호초 뒤에서 파란색 지느러미의 아기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나랑 술래잡기해주면 더 즐거운 남색구름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지!”
분이는 힘들지만 아기 도깨비와 술래잡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뽀글거리는 거품들이 생기더니 문이 생겼습니다. 분이는 도깨비에게 인사하고 엄마와 문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도 천사가 분이 와 엄마를 안내했고 도착한 곳은 남색 구름 앞이었습니다. 남색 구름 속은 밤하늘처럼 어두웠지만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별 빛들은 미끄럼틀, 시소, 그네 등 재밌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없어질 것 같은 빛들이 날개 옷을 입은 분이 않으면 스스로 미끄러져 내렸고 진짜 시소처럼 재밌게 엄마랑 놀 수 있게 해 줬습니다. 그네는 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요. 그리고 신기한 건 그네를 타고 내려와 별과 하이파이브하면 별사탕을 주었습니다. 씹으면 바스락 거리며 깨졌고 그 안에는 딱딱한 콩이 씹혔는데 땅콩처럼 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달달한 사탕맛과 고소한 콩맛이 어우러져서 진짜 맛있었습니다. 놀아도 놀아도 마음껏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도 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팔랑이던 날개 밑 팔과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7형제 아기별이 반짝이는 뒤에서 “뿌~웅” 방귀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색 바지를 입은 아기 도깨비였습니다.
“나랑 방귀 대결해서 이기면 팔다리 안 아프게 해 주지 ”
“방귀대결 어떻게 하는 건데?”
“마음대로 뀌면 돼. 다만 저기 7형제 별이 젤 마음에 드는 방귀를 귀면 이기는 거야!”
“방귀가 안 나오면 어떡해?”
“걱정 마. 너 여기서 별 사탕 많이 먹었지?”
“응”
“그럼 안 나올 수가 없어. 내가 하는 거 보고 따라 해.”
“응”
아기 도깨비는 엉덩이를 하늘을 향해 올리고 머리는 푹 수그리더니 뿡뿡뿡 노래하듯 방귀를 뀌었습니다.
분위도 아기도깨비처럼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머리는 발끝이 닿을 정도로 푹 숙였더니 방귀가 나왔습니다. 신기하게 즐겁고 재밌는 소리가 “뽕 뽀로롱 뽀로롱 뽀로롱 뽀로로롱” 하고 났습니다.
7형제 아기별들은 하나 같이 박수를 쳤습니다.
아기 도깨비는 분이 와 엄마가 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 줬습니다.
이어 천사와 함께 도착한 구름은 보라색 구름이었습니다. 그 안은 분이가 요새 다니는 어리 집이랑 비슷했습니다. 분이 앞에는 무지개반이라고 써져 있는 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분이는 엄마 손을 잡고 들어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보라 모자를 쓴 아기 도깨비가 여기는 분이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무룩해하는 분이에게 아기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분이야. 걱정하지 마. 지금까지 다녀온 빨주노초파남 구름 보다 더 재밌을 테니까”
분이는 용기를 내어 혼자 무지개반이라고 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문을 여는 순간 폭죽이 팡하고 터졌고 이제까지 만났던 아기 도깨비들이 폴짝폴짝 뛰면서 손뼉 치며 맞이해 주었습니다. 헤어질 때마다 아쉬웠는데 다시 만나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기 도깨비들이 신기한 노래를 했습니다.
“손님이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돌과보. 진 사람 나가주세요”
그러더니 커다란 밧줄을 돌렸습니다.
“손님이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돌과보. 진 사람 나가주세요”
노래에 맞춰 밧줄 위를 퐁퐁 뛰던 주황 아기 도깨비가 분이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습니다. 분이 너무 신나 보였습니다. 밧줄은 계속 돌아갔고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분이는 용기를 내어 주황 아기 도깨비가 있는 밧줄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노래 박자에 맞춰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돌과보. 분이가 이겼습니다. 주황 아기 도깨비가 나가고 초록 아기 도깨비가 들어왔습니다. 돌과보 분이가 또 이겼습니다. 분이는 너무 신나고 재밌었습니다.
그때 소녀의 기도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분이는 엄마 품에 꼭 안겨 있었습니다. 너무 꽉 안고 있어서 빨개진 엄마 목을 살며시 풀었습니다.
“엄마 나 무지개반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그러더니 분이는 팔랑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어린이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엄마는 고된 회사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어 분 이를 찾으러 왔습니다. 분이는 엄마 하며 달려와 안겼습니다.
“엄마 엄마, 오늘 무재개반에서 친구들과 씨름놀이 했다. 아기 도깨비랑 했던 씨름놀이. 엄청 재밌었어. 숨바꼭질도 했는데 친구들이 내가 젤로 날쌔대.”
분이는 어린이집에서 재밌었던 놀이 이야기를 쉬지 않고 쫑알쫑알 참새처럼 지저귀었습니다. 분 이를 보는 엄마의 눈에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행복함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