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이 무너져도,
항상 처음은 누구에게나 근사한 계획으로 시작해요.
이 계획대로만 하면 나는 반짝이는 트레비 분수대 주변을 여유롭게 걷고 시야를 가리며 휘날리는 머릿결을 짜증 없이, 우아하게 정리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세상은 그런 나를 질투하는지 폭풍우와 지진을 일으켜 나의 계획을 다 부수고 맙니다. 나는 두 눈 시퍼렇게 뜬 채로 나의 계획이 무너지는 걸 감당해야 해요. 나의 트레비는 두 갈래로 갈라지고 축복하던 물줄기는 땅으로 고여 발목을 잡을 거예요. 네, 이제 그 미래의 모습은 좌절이 되겠죠.
그런데 있죠, 괜찮아요.
무산된 완벽한 계획에 성질이 나겠지만, 부서진 계획을 원래대로 수리해도 처음과 같지 않고 두 번째라는 오명을 쓰겠지만, 괜찮아요.
그 두 번째 계획은 최악의 것 중에 최고의 선택일 테니까요.
그래요. 다시 최고의 계획을 찾아낸 거예요. 그 계획의 끝에 찬란한 분수대는 없어요. 대신 윤슬로 반짝이는 한계 없는 바다가 있죠. 빛을 한가득 담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