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일주일 머물기

by 나플라


여행은 사람이 더 대범해지는 경험인 것 같다.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더 솔직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낯선 곳에 머물며 새로운 것을 바라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배짱 있는 사람으로 변한다.


나에게는 호주 시드니 일주일 여행이 그랬다. 나는 지금도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으면 잔잔한 바다가 있고 파란 공원이 곳곳에 있는 현대적인 도시의 시드니 골목길에 가서 닿을 수 있다.


1998년에 사계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다. 네 명이고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닮았다고 이름을 ‘사계’라고 지었다. 모두 동갑이고 같은 일을 하므로 공통점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우리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모두가 처음인 신세계 호주로 네 번째 여행을 떠났다.


호주에서 가장 빛났던 시간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공연은 본 것이다. 영어를 전공한 친구의 눈부신 활약으로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고 객석에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오페라를 볼 수 있었다. 공연 팸플릿을 받았지만 모두 영어로 인쇄되어 있었고 노래도 영어로 하므로 대략 눈치로 알아들어야 했다.


오페라는 처음부터 끝 장면까지 이어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끝났다. 우리가 관람한 오페라는 ‘발칙한 미망인’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주인공은 엄청나게 부유한 남편이 죽으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이다. 미망인의 재산을 노리고 몰려드는 남자들과 주인공을 떠나갔던 첫사랑이 등장하여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죽은 남편은 아내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주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는데….


아름다운 노래, 재미있는 퍼포먼스, 마지막에 흥미진진한 반전까지 모두 훌륭했다. 오페라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 시드니 야경이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의 조개 모양 지붕 꼭대기부터 건물 전체가 반짝였다. 하버 브리지의 불빛과 어우러져 밤바다가 검은빛으로 춤을 추듯이 출렁거렸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며 우리는 오페라 이야기를 나누며 맑은 밤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시드니에서 일주일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했다. 하루는 호주에 갓 이민해 온 친구의 제자 집에 저녁 초대받았다. 호주에서는 집 벽에 못을 못 박는다고 했다. 나무와 나무를 붙여서 공간을 두고 벽을 만들었기 때문에 못을 박을 수 없다고 했다. 시드니에서 꼭 봐야 한다는 벼룩시장을 찾아 헤매며 다리가 욱신거려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길을 물어가며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여행 마지막 날에 저녁 먹으러 간 식당이 있는 곳이 첫날 그렇게 찾았던 곳이었다. 어쨌든 일주일간 시드니 골목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던 것은 행복한 추억이다.


젊었을 때 이런 핸복한 여행을 다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낯설지만 새로운 외국을 여행할 기회를 일찍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해외 여행을 간다면 적극 권장하겠다. 젊어서 세계를 여행하며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에 머무르면서 힘든 것도 견녀내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나톨은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궈 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만나는 나라에서 모든 책임으로 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만끽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주어진 속박에서 벗어나 우리의 시간,우리를 위한 생각, 우리에 의한 장소에서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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