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할퀴고 간 폭우

by 나플라


우리나라는 여름이면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폭우가 잊지 않고 찾아온다. 이 불청객은 큰 폭포수처럼 순식간에 많은 양의 비화살을 땅에 퍼붓듯이 쏴서 사람 마음을 할퀴고 간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던 우리 집은 폭우가 있는 날에는 초비상이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폭우로 밭이 물에 잠기고 부엌으로 물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농사 걱정, 집 걱정에 온 가족이 새우잠을 잤다. 하루나 이틀 후에 비가 잦아들면 그때야 마음을 놓고 밭에 피해가 없는지 밭에 가보고, 어질러진 부엌을 치우느라 모두 분주해진다. 다행히 나중에 시멘트로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공사를 하고부터는 집안에 물이 차는 일은 더 없었다.


엊그제 양 일간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서울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했고, 물에 잠긴 지하철, 침수된 도로와 자동차, 지대가 낮은 곳에 있는 집안까지 물이 찼다. 게다가 반지하 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이 폭우와 하수구 역류로 주택이 물에 잠겼는데 미처 대피하지 못해 일가족 세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이라는 영화에는 반지하에 사는 주인공 기태 가족이 나온다. 이들 가족은 모두 백수이고 가난해서 4명 가족이 좁은 반지하에서 살지만, 소통이 잘 되고 화목하다. 그런데 어느 날 폭우로 기태 가족이 사는 반지하 주택이 순식간에 침수된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장대비는 낮은 지대로 흐르고 흘러서 모이는데 기태네 집을 호수로 착각한 것 같았다. 화장실 변기에서는 역류한 물이 솟구치고 물이 바깥에서 쏜살같은 밀려와 목까지 차오른다. 기생충에서 이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영화와 달리 현실은 더 참혹했다. 피해자 가족은 반지하 방범창을 부수고 어떻게든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끝끝내 나올 수 없었다. 하수구 역류로 갑자기 불어난 성난 물은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았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마저 집어삼켰다. 뉴스로만 이들의 죽음을 접한 나는 애통하고, 애통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은 하늘에 달렸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을 전부 쓸어버릴 듯 무섭게 내리는 비를 보며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엄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엄마는 “비가 많이 와서 피해가 크다는데 너네는 괜찮니?”라고 염려하며 물었다. “우리는 괜찮아요”라고 대답했고 엄마는 그제야 “비 피해가 크다는 뉴스보고 전화했는데 다행이다”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피해 보지 않았으면 그걸로 정말 괜찮은 걸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신 분들에게 애도하는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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