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지 아니하고 한 명만 있는 상태
전세 계약이 끝나고
우리는 서울과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했고
나는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작 이랬어야 했나 싶었지만
경험에 의해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켜 본다.
이사 후 나는 직장에 들어가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시간들이 늘어나며 조금씩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남편은 여전히 바빴다.
나 또한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여느 다른 부부들처럼
봄에는 벚꽃을 보고,
여름에는 휴가철에 수영도 가고
가을에는 단풍을 보며
겨울에는 같이 스키를 타러 가고 싶었다.
사계절 중 한 번이라도.
기대는 왜 매번 하게 되는 걸까?
이번 계절도 스키 한번 못 타고 지나가는 겨울이 아쉬운 마음에
또 한 번 혼자 실망을 하지만 남편에게 티 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서 나 혼자 어느 순간 나 또한 여행이 싫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게 되었다.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덥고 추운 날씨 속에서 고생하며
일하는 그 사람이 안쓰러웠고 매 순간 고생하는 것 같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스스로 잘 지내는 것이 그를 내조하는 거였다.
그래서 주말에 혼자 있는 시간에는
집 안 고요함과 적막함을 채우려고 보지도 않는 Tv를 틀고 집안일을 하며
그 외로움을 이겨보려고 애썼다.
그렇게 계속 시간은 흘렀다.
어느덧 나는 결혼 5년 차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이렇게 많을 거면
근데 난 왜 결혼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