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하게 찌르거나 베는 일 또는 그런 행위로 상처를 입히는 것
얼굴은 눈물로 범벅됐고 좌절한 딸의 모습을 본 엄마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날 안았고 괜찮다며 토닥이셨다.
그 침묵과 토닥임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키셨을까.
그동안 스스로를 계속해서 자책했던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도 나보다 사위, 제부를 더 걱정했던 시간이었다.
그런 내 뒤에서 네가 나를 그토록 기만하고 있을 줄은 몰랐고
네가 그런 사람일 거란 생각조차 못할 만큼 난 너를 믿었다.
진짜 정신을 잡으려 애썼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일단 지금은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들지도 못했다.
자려고 누우면 불안함에 두근거렸고
불안이 나를 삼킬까 무서워서 혼자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사무실 자리에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회의를 하다가 눈물이 쏟아져 뛰어도 나갔다.
남편이 일어났을 시간에는 또 무슨 대화가 오고 갈지 온 신경이 쏠렸다.
그래서 1시간 밖에 되지 않는 점심시간에
미친 사람처럼 집으로 가서 애플워치를 들여다보곤 했다.
그 둘의 대화는 여전했다.
"곱창 먹고 싶다! 먹으러 가자"
"나돈데!"
"엇 통했다"
"왜 따라 해~~~~~"
지랄들을 한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여전히 손은 떨렸고 가슴은 미어졌고 눈물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내 마음은 또다시 너네 둘의 대화에 철렁 내려앉았다.
"같이 살아야 해"
"오빠 같이 살자. 내가 잘해줄게. 우리 오빠 손에 물을 묻힐 수는 없지"
죽어라 진짜.
내 남편이 이리도 멍청할 줄은 몰랐다.
저렇게 정신 나간 놈일 줄이야.
바람. 외도.
영혼을 살인하는 일이라던데 내가 제 정신일 수가 없다.
일단은 정신을 잡고 생각이란 걸 해야 해야 하는데 내가 온전치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정신을 잡기 위해, 정신과를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집 안이 적막함으로 가득하게 느껴지면
남편을 향한 분노와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처방받은 약 비닐을 하나씩 뜯고
통 안에 그 약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냥 방어기제처럼, 심리적 위로처럼,
필요했던 것 같다.
언제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선택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