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깨지거나 파손된 유리 조각의 날카롭고 치명적인 상태
네이버에 상간소송을 검색했다.
이걸 알아봐야 하는 지금 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이 단어를 검색하며 들여다보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지금 이 상황에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난 불안의 연속이었다.
변호사 사무실, 법무법인은 많았고 광고도 많았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한 곳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톡 내용 사진들과
녹취 기록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법무법인의 사무장은 내게 추가로 필요한 증거를 말했다.
상간녀가 내 남편이 아내가 있고 혼인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만났다는 증거가 필요하단다.
너무 피해자한테 가혹한 일 아닌가?
그 증거를 가지기 위해 난 또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증거를 찾아내야 하고
분노가 치밀고 마음이 찢어지는 더러운 카톡을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가.
사무장은 내가 상간녀와 직접 통화를 하면서
아내 있는 남편이랑 어떻게 만날 수 있냐,
만나니까 좋냐는 등의 질문으로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내 남편과 바람피운 여자와의 통화.
사람이 살면서 배우는 기본적인 윤리적 가치과 기준조차 없는
이것과 대화도 통화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다시 시간을 두고
남편과 상간녀의 대화를 들여다보며
혹시라도 상간녀가 카톡에 "와이프는 자?"라는
언급과 같은 것을 기다려야 했다.
이래서 법은 피해자의 편인가 가해자의 편인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게 상간 소송을 알아보고 집에 와서
온 신경이 밖에 쏟아져 있을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이혼에 대한 남편의 마음을 물어봤고
그는 생각 중이지만 지금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난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마음을 억누르며
서로가 결혼한 상태인 것을 알고 있지 않았냐고 물으며
상간녀한테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은 나를 자극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전화를 걸으라는 내 말에 남편은
외운 상간녀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건다.
그리고 상간녀한테 말했다.
"잤어?
아내가 우리가 만난 걸 알게 된 걸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하는데 통화할 수 있어?"
진짜 눈앞에 보이는 이 가증스러움이
내 마음을 분노로 채우고
허탈함과 슬픔이 밀려오며
난 온전할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전달받고 오늘 오후 법무법인에서 알려준 방법대로 말했다.
상간녀는 자다 일어났는지 귀찮은 말투로 답했고
그런 형편없는 것인걸 알고 있었기에 놀랍지는 않았으나
다시 한번 이 상간녀의 뻔뻔함과 염치없음에
뭐 이런 썅년이 다 있냐라고 하니 남편은 어쩔 줄 몰라한다.
필요했던 말을 녹취하고 온몸에 힘이 빠져 남편에게 황급히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원망스럽다.
그가 너무 원망스럽고
엉망이 된 나를 보고도 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절망스럽다.
다음 날, 법무법인에 녹취록을 보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고생했다는 말이 고마웠던 것인지,
이제 알아서 해주겠다는 말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이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서였는지..
울고 또 울고..
네가 그것과 웃고 있는 시간 동안
계속 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