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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안하고 살 순 없나요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싶다면 발레를 해보세요.

by 소민

막상 서른을 맞이하니 잔치가 끝나지도 않았고, 그렇게 아련하게 저물어가는 청춘도 아니었다. 매일매일은 여전히 주로 지루하고 가끔 기쁘고 종종 애틋한 생의 한가운데였다. 다만 쉽게 졸리고 지칠뿐 -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이진송 / 다산책방



누워 있는 걸 제일 좋아하고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 최고인 사람.

며칠을 누워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집순이.

그래도 나이를 먹을 수록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드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 글을 보세요!


발레의 재미를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이번엔 주제를 정하고 필사집을 뒤적거렸다. 다행히 2022년 8월 쯤에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책을 읽었더라!

이 글은 발레 학원에서 초콜릿 하나 받지 않고 반년 넘게 내돈내산으로 배운 발레 후기이며 제발 사람들이 발레의 재미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 전. 마른 비만의 전형으로 팔다리만 얇고 배만 볼록 나오는 몸을 소유했던 나는,

필라테스를 아무리 오래해도 살이 빠지지 않음을 느끼고,

체어 운동을 하다가 대차게 한번 자빠진 후 눈물을 머금으며 학원을 끊고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동네 운동 학원을 검색했고 그때 바로 눈에 들어온게 발레 학원이었다.

몸치라 겉으로 춤 추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내적 댄스는 흥겹게 추는 성향이라 왠지 구미가 당겼다.

게다가 주 2회 18만원, 지역 화폐 사용도 가능하다니 필라테스보다 훨씬 싸잖아!! 안 할 이유가 없다.




발레 학원에 등록하면 레오파트, 스커트, 슈즈, 타이즈를 사라고 안내해준다.

나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가장 후기가 많은 걸 골랐는데 수영을 다니면 수영복 욕심이 생기듯 발레를 시작하면 발레복을 사는 것부터가 발레의 재미다.

몸을 잡아주는 타이즈와 레오파드, 그리고 그 위에 걸치는 스커트 또는 바지는 몸에 쫙 달라붙어 나의 통통한 바디를 날씬하게 보이게 해주고 게다가 천으로 된 발레 슈즈를 신으면 벌써 발레리나가 된 듯 신이 난다.

초창기 무한도전 쫄쫄이 옷 같아 남들에게 보이기는 좀 부끄럽지만 발레를 하다보면 나는 솔로 16기 영숙처럼 달밤에 자는 사람을 깨워 발레를 선보이는 마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준비물이 갖춰졌다면 본격적으로 발레학원 왕초보반 수업을 듣는다.

1~2주 정도 두손으로 바를 잡고 기본 스텝을 배우는데 어린이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동작이라 금방 초보반으로 입성이 가능하다.

이때 쯤되면 어색함은 싹 사라진다.

고인물마냥 학원에 도착하면 매트부터 펴고 손발을 뻗어도 부딪히지 않을만한 거리에서 각자 스트레칭을 하며 강사님을 기다린다.


와! '이런 사람이 발레리나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강사님이 등장하시면 지도에 맞춰 본격적인 수업은 시작된다.


처음 10분 스트레칭 시간. 다리를 쭉 펴고 앉아 허리와 머리를 누가 위에서 잡아당기듯 곧게 편다. 처음에는 코어가 없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지만 음악에 맞춰 발가락 끝 포인~ 플렉스~, 종아리 스트레칭, 일자찢기까지 몸을 쫙쫙 늘이다보면 온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하루종일 앉거나 혹사했던 다리들은 금세 말랑해지고 골반까지 풀어주니 유튜브에서 유명한 하체 스트레칭 뺨치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다음 10분은 복근 운동. 매트에 등을 대고 누워 다리를 90도로 올리고 그때부터 지옥의 복근 운동이 시작된다. 강사님의 가벼운 시범과 달리 여기저기 곡소리가 들리는데 이때 강사님은 봐주지 않고 우아하게 8번만 더! 하나! 둘!을 외치며 쳐진 뱃살들이 뭉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복근을 집중적으로 조져본 적이 있었는가! 발레 다닌지 2주만에 단단해진 뱃살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준비운동이 끝나면 다음 순서부터는 진짜 발레를 배운다. 중앙에 바를 갖다 놓고 클래식에 맞춰 쁠리에부터 아라베스크까지 동작을 배우는데 동작 하나하나가 근육과 스트레칭을 요하는 동작이라 의외로 고강도 운동이다. 동작은 금방금방 넘어가고 음악도 함께라서 힘든 것에 비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고통은 덜하다.


여기까지 오면 바는 다시 제자리에. 모두 중앙에서 바 없이 음악에 맞춰 발레 공연같은 짧은 동작을 따라하고 마지막으로 한명씩 돌아가며 점프 연습을 한다.

초등학생 이후로 이렇게 본격적으로 뛰어본 적은 없는데 머쓱하지만 힘찬 도움닫기를 하며 하늘로 점프 점프!


마지막으로 발레 공연이 끝날 때 하는 관객 인사까지 하면 오늘 수업은 끝이다!


나의 첫 발레복과 슈즈

스트레칭, 근력 운동, 춤까지 출 수 있는 알찬 구성!

얼마나 효율적인 운동인가.

게다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목을 뽑아내듯 몸을 곧게 펴니 말린 어깨도 펴지고 숨겨진 키도 1cm나 발견했다.

가장 좋았던건 스트레칭으로 다리가 풀려서인지 다리가 무거워 잠을 설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했던 운동 중에서 가장 빠르게 몸의 라인이 잡히는게 눈에 보이니 재미는 두배다.


학원에 따라 하나의 공연을 배워 무대에 서기도 하는데 안 되던 동작이 되기 시작하면 성취감과 뿌듯함은 실로 말할 수 없다.


발레에 푹 빠진 연예인들 사진을 보며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장 발레 학원에 등록하길 바란다.

나는 너무 통통이인데 괜찮을까?라는 고민이 든다면 그것도 괜찮다. 발레리나 같은 사람은 강사님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인의 체형이다. 실제로 초중급반의 수강생 중 50% 이상이 주부였다.


발레의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도 않다. 최소 한달만 꾸준히 나가보면 변화된 신체와 더불어 따라오는 자신감에 또다른 발레복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의 짝꿍도 발레를 할 때 가장 몸 라인이 예쁘고 건강해보였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게 바뀌는 부위는 늘어진 팔뚝과 뱃살, 엉덩이인데 이건 정말 효과 보장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동작을 정확히 하면 괜찮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부상이 조금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원래 아킬레스건이 짧아 동작에 제한이 있었는데 무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었고, 다만 뛰어본 적이 없다보니 점프 착지할 때 쿵!하고 떨어져 무릎이 조금 아팠다. 사뿐하게 떨어지면 다치지는 않는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니 발레 전공자 선생님을 찾고, 요즘 발레와 필라테스를 결합한 바레라는 운동이 유행이던데 체험해보고 각자 맞는 운동을 하면 되겠다.


발레를 한 이후로 찌뿌둥한 몸이 풀리는 걸 알았다. 지금은 이사를 오는 바람에 발레를 한동안 끊은 상태라 다시 통통해지고 있는데 가끔 발레에서 배운 스트레칭 동작들을 하며 몸을 풀 때 다시 발레를 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이 동네에 발레 전공자 선생님이 하시는 발레 학원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서 다시 건강한 나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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