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철 음식만 챙겨 먹었다면 이번엔 제철 행복을 챙겨보자.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철에 있는 거라면, 계절마다 '아는 행복'을 다시 한번 느끼며 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자연스레 제철을 챙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 제철 행복 / 김신지 / 인플루엔셜
나는 평소 제철 음식도 잘 챙겨 먹지 않는다. 그나마 간장게장 러버라서 봄가을에는 게장을 찾아먹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핫초코를 먹으며 계절을 실감하는 정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좀 더워졌네? 추워졌네?"만 있을 뿐 계절 변화에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연초에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을 읽은 후, 우리만의 제철 행복을 적어 냉장고 앞에 붙여두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행복이 새롭다. 1월에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계절마다 만났던 행복을 이번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스쳐 지나가는 행복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먼저 집에 돌아다니는 종이 하나를 꺼내 식탁 위에 두고 짝꿍과 마주 보며 앉았다. 굵은 매직펜으로 맨 위에 제철 행복이라 쓰고 4칸을 나누는 선을 그었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시하고 함께 하면 좋은 것들을 5개씩 정했다.
언뜻 보기엔 매우 간단하고 뻔한 내용 같지만 "이건 어때? 저건 어때?"하고 고민하다 보니 금세 한 시간이 훌쩍이다. 그리고 계절에 맞는 스티커로 꾸미기까지 하면 완성!
1년 동안 이렇게 할 일이 많다니.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새삼 고마워진다.
아직 11월이기 때문에 겨울 미션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90% 이상 달성한걸 보니 마음이 꽉 차는 기분에 더욱 뿌듯해지고 겨울을 얼마나 또 알차게 보낼지 계획 짜느라 입꼬리가 들뜬다. 그동안은 바쁘게 살다 보니 1년 동안 뭘 했는지 한 두 개만 기억나고 나머지는 휴대폰 갤러리에서 사진을 뒤적여야만 "아! 이걸 했었지!"싶은데 눈에 잘 띄는 곳에 제철행복을 붙여놓으니 그때의 감회가 볼 때마다 새록새록이다.
처음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할 때는 가장 행복했던 경험을 꼽아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도저히 하나만 꼽을 수 없었다. 경남 하동에서 벚꽃놀이하고 시원한 재첩국 먹었던 일, 내 돈 주고 한 번도 사 본 적 없던 냉이를 주문해서 냉이된장무침과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었던 일,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배가 터질 뻔했던 여름 강원도 여행과 가을 여수 여행까지. 소소히 산책하고 카페에서 책 읽는 것도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행복이었다.
예전엔 '이거만 합격하면 행복할 거야. 이번만 넘어가면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제철 행복으로 1년을 보내다 보니 행복은 철마다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행복은 나누면 더 행복한 법.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2026년엔 철마다 알맞은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
+) 제철 행복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팁
제철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미션을 반드시 지키려 부담을 가지지 않는 거예요. 봄에 모든 미션을 완성하고 여름에 접어들 때쯤, 호캉스 예약을 하지 못해 마음이 조급한 적이 있었는데, 어디든 빠르게 예약할까 하다가 제철행복의 목적은 '행복'이니 굳이 무리하지 않기로 했었어요. 게다가 수영도 못하고 호캉스를 가도 가만히 누워있는 성향들이 아니기 때문에 쿨하게 패스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었습니다.
부담은 내려놓고 아주 소소한 것부터 행복을 채워나가 보세요.
사랑하는 연인, 가족, 아이들과 함께하면 특히 좋아요. 제철행복을 이룰 때마다 사진까지 함께 남겨두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