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어도 해야지. 어떡해.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우면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다.
점심은 직장에서 주니까 저녁만 챙겨 먹으면 되는데, 건강 생각한다고 직접 차려먹으면 설거지는 또 산더미다.
빨래는 매일 나오고 머리 말릴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들.
언제 생겼는지 한번 눈에 띄기 시작하면 금세 퍼지는 화장실의 핑크색 곰팡이, 물때들을 보고 있자면 힘든 삶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청소는 로봇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하는데 퇴근 후에는 그마저도 힘든 노동으로 느껴지니, 더러운 집에서는 시험 전날 '공부해야 되는데...'라는 마처럼 '치워야 되는데...'라는 생각만 하고 괴로워하며 할 일을 또 미루게 된다.
미루는 사람은 소소히 불행하다는 진리를 한껏 깨달으면서.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특히나 우울증에 걸리거나 아무리 치워도 티 나지 않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괴로움이 더하다.
집만 깨끗해도, 내 몸만 깨끗해도 삶을 다시 리프레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텐데. 알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청소는 먹고, 자고, 씻는 것처럼 삶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나의 경우는 자칭 청소얼리어답터로 집에 무선청소기 1대, 휴대용 청소기 1대,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와 같은 기계부터 청소포, 돌돌이, 이지드롭 등등 청소 도구는 몽땅 갖추며 살고 있다.
그래도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삶에 치이다 보면 청소를 하지 않아서 집이 더러워지고 더러운 집에서 더 치우기 싫은 악순환이 반복될 때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있다.
이러한 괴로움을 알기 때문에, 그때의 해결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친구 초대하기.
사회적 이미지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청소를 하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친구를 만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또 어지르면 괴로움이 2배로 찾아올 것이므로 친구가 가는 즉시 분리수거까지 실시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청소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침 드라마에서 비단 가운을 두른 사모님이 "네~ 평창동입니다."라고 할 것 같은 집에서만 청소 업체를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청소X구소라는 어플을 이용하는데, 30평대 집에서 할인받아 처음에는 5만 원, 두 번째에는 7만 원대로 청소 매니저님을 고용했다.(*내돈내산으로 업체에서 1도 안 받았다. 홍보까지 붙을 셀럽도 아님.)
인터넷으로 더 찾아보면 쿠폰을 사용하거나 초대 코드를 입력 등등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4시간 동안 안방, 화장실 2개, 주방, 거실 쓸고 닦기까지 몽땅 해주시는데 '중년 노동자의 노동력을 이렇게 싸게 이용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깨끗하게 해 주신다. 후기로는 청소 업체 중에서 매니저님 대우를 잘해주는 편이라고 하여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나는 집을 어지르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묵은 때가 눈에 보일 때, 또는 중요한 사람을 집에 초대할 때 쓰곤 하는데 평소 집을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사용하길 추천한다.
입주청소를 막 끝낸 새 집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한껏 들 것이다.
아이 있는 집에서 특히 만족도가 높은데 주 2회만 써도 집은 깔끔해진다. 장난감 정리가 아주 기가 막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분리수거 대신 버려주는 업체, 정리 업체 등 다양한 청소 업체들이 있으니 각자 필요한 업체를 선정하면 되겠다.
이쯤 되면 돈 낼 바에야 내가 청소하겠다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그럴 의지였으면 벌써 했겠지.
옷을 사거나 치킨 사 먹을 때 돈이 훅훅 나갔던 경험을 생각해 보자.
족발 한번 시켜 먹고 싶은 충동 한 두 번 참고 삶의 질이 달라지니 안 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래도 돈이 아깝다면 첫 번째 방법을 써 보자.
막 입주청소를 끝낸 집처럼 깔끔한 집에서 묵은 때를 빡빡 벗겨내는 목욕을 끝낸 후 차가운 맥주나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시면 오늘 하루는 힘들었지만 재정비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