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Apr 19. 2023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1

D-DAY 1일 차 단식 비긴즈

1일 차 

몸무게 74.2 kg, 체지방율 20.5%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보통 이런 워딩은 숙면 이후에 저절로 깨서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는 서브 텍스트를 품고 있다. 

그러나 지난밤 새벽 1시 반, 그리고 3시 20분에도 더부룩함과 역류성 기침 때문에 깼었기 때문에 내 상태는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제 와이프와 마지막 저녁 만찬으로 즐긴 참치회. 

참치가 정말 기름기 많은 생선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메뉴를 선택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점심때 짜장면으로 고통받았던 위장은 또 마지막 만찬이랍시고 끝까지 부담스러운 음식을 때려 넣는 주인에게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D-DAY 아침이 밝았고 오늘부터 위장은 휴가를 떠난다. 


6시 반쯤 단식원에서 택배로 보내준 효소를 물 한 컵에 풀어 마셨다. 효소가 보통 그렇듯 시큼하니 식초가 섞인 한약맛이 났다. 산미가 강해서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겹거나 아주 못 먹을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하루에 세 번씩, 앞으로 45번을 더 마셔야 끝난다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추가로 챙겨준 약 4알과 눈곱만 한 죽염 두 알을 먹었다. 사람이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으면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원장님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뒤를 안 닦고 나온 것 마냥 뭔가 어색하고 찜찜했다. 보통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굶고 출근하기 일쑤라 사실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인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그랬다. 

 

출근을 했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직장 동료들에게 며칠 전부터 단식을 할 거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오늘부터라고 하니 새삼 놀라는 눈치였다. 

정말로 하는 거냐, 진짜 할 수 있겠느냐, 며칠 못 가 포기하는 거 아니냐 따위의 걱정반 놀림반 맨트들이 따라붙었다. 


호기롭게 웃어 보였지만 그 순간 정말로 포기하고 싶긴 했다. 

그래도 다행히 단식원에서 말한 대로 효소를 물에 타서 마셔서 그런지 허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공복감과 힘 빠진 느낌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다만 좀 신경 쓰였던 부분은 동료들이 점심밥 먹고 들어와서 괜스레 눈치를 보고 미안해한다는 점이었다. 훗, 그런데 안 봐도 뻔하다. 분명 내 몫이 줄었으니 분명 법카로 내 몫만큼 더 비싼 밥을 먹었을 것이다.   


오후에 처음으로 화장실을 갔다. 

대장 내시경 약을 먹으면 그렇듯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 했지만 첫날이라 그런지 가랑비 수준으로 그쳤다.  

평소에 배변을 잘하고, 숙변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싶다. 


집에 도착해서 효소와 약, 그리고 충분한 물을 섭취하고 얼른 잠을 청했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고 몸이 적응하려는지 금방 졸렸다. 첫날밤에는 분명 폭풍이 몰아친다고 했다. 

그러나 잠이 들기까지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렇게 나의 단식 1일 차가 끝났다. 

이전 02화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